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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초승달 왕좌 - 솔즈리드의 동쪽 끝, 위대한 왕의 땅(3)


핏기라곤 전혀 볼 수 없을 정도의 창백한 얼굴과 괴기할 정도로 붉게 물든 입술. 골동품을 취급하며 이야기를 팔고 있는 브란웬. 그녀를 바라본 그 순간 살아있는 시체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섬뜩한 기분을 받았다.

“글쎄요? 보시다시피 이곳은 골동품을 취급하며 이야기를 파는 곳입니다. 여느 손님이 그러하듯 어떤 것을 사면서 자신의 이름을 밝히는 경우는 드문 일이죠. 일부는 자신이 왜 이곳에 들여오려 했는지 그 이유조차 잊어버린 채 물건을 사는 경우도 있답니다.”

장갑 낀 손을 어루만지는 그녀에게 얻을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나단의 이름을 꺼내는 순간 그녀의 동생인 리오넬의 모습에서 사뭇 이상한 느낌을 받았지만 느낌만으로 그들을 추궁할 수 없었다. 현재 내 신분은 나단을 찾기 위해 떠돌아다니는 사람일 뿐. 왕좌에서 파견된 정식 조사단 같은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신 김에 둘러보시는 건 어떤가요? 마침 괜찮은 게 하나 있을 것 같네요.”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한 채 집을 나가려는 찰나. 브란웬에게 뜻밖의 말을 들었다. 아니, 그녀 입장에선 전혀 뜻밖의 말이 아니었다. 그녀과 대화를 하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 그녀 주변에 있는 골동품들에 시선이 가곤 했으니까. 그녀에게 나는 손님이고, 손님에게 물건을 권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종류는 다양했다. 구슬을 엮어 만든 목걸이나 정체 모를 무늬가 새겨진 반지. 쓸 일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낡은 가죽 허리띠. 흑옥으로 만든 갖가지 세공품. 그야말로 골동품점이라 할 정도의 물건들이 쌓여 있었지만 내 관심을 끄는 것은 없었다.

“딱히 가질만한 게 없는 것 같은데…….”

브란웬의 집을 빠져나왔을 때. 내 손에는 작은 가죽 주머니가 들려 있었다. 그 주머니 안에는 그녀가 쥐어준 작은 장식품이 하나 담겨져 있었다. 분명 원하는 것이 없었고, 값을 치르지도 않았지만 굳이 괜찮다며 쥐어준 물건이었다. 물건이라고 해봐야 길가에서 흔히 볼법한 흰 돌멩이였다. 오히려 돌멩이를 감싼 가죽 주머니가 비싸 보일 정도였다.


  • 흑옥 장신구 : 누이안의 풍습 중 하나로 죽은 이들을 애도하기 위해 지니며, 겉장식을 머리카락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
  • 슈트룬테트 @델피나드 | 50레벨 | 현자 | 누이안
    문득 날자를 보고 생각해보니 계정 마감이 얼마남지 않았다.
    그런데 이야기는 아직도 초반... ㄷㄷ;;
    2013-04-17 20:27
  • 시온 @키프로사 | 12레벨 | 사제 | 누이안
    시그란드 국왕 시대때의 흑옥이 떠오르네;;;
    2013-04-17 20:32
  • 슈트룬테트 @델피나드 | 50레벨 | 현자 | 누이안 시온 @키프로사
    죽은 이를 애도하기 위한 풍습
    2013-04-21 18:59
  • 시온 @키프로사 | 12레벨 | 사제 | 누이안 슈트룬테트 @델피나드
    11월밤의 이야기 내용이 이게 안좋다고 해야하나 이상하다고 해야하나...그런게...실제 아키에이지랑 비교하면 애매한게 많음...
    2013-04-22 11:49
  • 슈트룬테트 @델피나드 | 50레벨 | 현자 | 누이안 시온 @키프로사
    전민희 작가의 글 특성... ㅡㅡ;;
    룬의 아이들만 해도 동시대의 인물들을 표현했는데 전혀 다른 세계관인 듯한 분위기.
    이래저래 꼬인게 많아요.
    2013-04-22 12:56
  • 시온 @키프로사 | 12레벨 | 사제 | 누이안 슈트룬테트 @델피나드
    이게 cbt이전 자료라서 지금하고 비교하면 안되는데 단서가 없어서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죠.
    2013-04-22 13:03
  • 시온 @키프로사 | 12레벨 | 사제 | 누이안 슈트룬테트 @델피나드
    분위기 표현이랑은 또 다른 문제.
    2013-04-22 13:04
  • 시온 @키프로사 | 12레벨 | 사제 | 누이안
    제가 알기론 이니스테르 스토리만 해도 두세번은 바뀐걸로아는데...
    2013-04-22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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