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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초승달 왕좌 - 솔즈리드의 동쪽 끝, 위대한 왕의 땅(4)

이대로 초승달 왕좌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다른 단서를 위해 조금 더 여행을 할 것인가.

바위언덕 마을을 벗어나며 이 두 가지 갈림길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았다. 당시 엘렌 공주의 표정이나 고바논 장군의 조언 속에서도 기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일말의 기대조차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이대로 한 달가량 어영부영 시간을 보낸 뒤 초승달 왕좌로 돌아가 ‘저의 부족으로 나단이라는 자를 찾지 못했습니다.’ 라고 한들 공주는 눈길조차 주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이는 것으로 그 동안의 수고에 대한 대답을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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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후타 여신은 그대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아직도 누이 여신의 자비를 기다리십니까?
누이 여신은 그저 죽은 이후의 세계만을 지키고 있는 신일뿐입니다. 현세에 집중하십시오. 다후타 여신께서는 당신이 현세에서 행복할 수 있도록 축복을 내려주십니다. 아름다움과 변화의 힘. 다후타 여신을 믿으십시오.


내리막을 걸어가다 문득 옆에 설치된 게시판이 눈에 들어왔다. 다소 조잡하게 만들어진 게시판에는 다후타 여신에 대한 문구가 적혀 있었는데 그 내용은 사뭇 공격적이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곳 외에도 릴리엇 구릉지 곳곳에 이와 비슷한 게시판을 본 것 같았다. 다후타 여신의 신도들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은 채 누이안이 있을 법한 곳이라면 어디든 포교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후타 여신을 믿으십시오. 이 혼란한 시대에 다후타 여신께서 내려주시는 환상이야말로 현실을 견딜 수 있게 하는 힘이 될 겁니다. 지금 이곳에 무서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지만 누이 여신은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다후타 여신님은 변화의 여신이십니다! 그분의 힘으로 상황은 변할 것입니다.”

이미 그위오니드 숲 곳곳에도 다후타 여신을 믿는 엘프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처음에는 숲 외곽의 엘프들에 한정되었으나 지금은 그 세가 커져 숲 깊숙한 곳에서도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을 정도였다.

듣기엔 다후타 여신을 믿지 않는 자도 교단에 들어가 어떤 의식을 치루고, 이후 맹목적인 믿음을 가지게 된다고 한다. 설마 세뇌라도 하는 것일까? 더 무서운 건 한번 교단에 빠져든 자는 자신들이 어떤 것을 믿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 채 살아간다는 것이다. 숲의 정령들도 다후타 여신의 기운을 받았는지 이상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사실 엘프의 관점에서 볼 때 다후타 여신은 자신들을 이곳까지 몰아낸 신이다. 자신들의 선조이지만 한편으로는 증호하는 대상이자 있어서는 안 될 사건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런 여신을 믿는 엘프라니. 누천년 전의 일이지만 그건 누이안의 관점일 뿐. 엘프들에겐 고작 한 세대에 불과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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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릴리엇 주민의 다수는 누이 여신이 아닌 다후타 여신을 믿으며 생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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