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게시판
글쓰기태그네비게이션
전체글슈트룬테트의 아키에이지 여행기 8
2013-06-19 05:32 조회 3304 슈트룬테트 @델피나드 50레벨 수호의 노래꾼 누이안4. 초승달 왕좌 - 솔즈리드의 동쪽 끝, 위대한 왕의 땅(5)
릴리엇 구릉지를 넘어 솔즈리드 반도에 들어섰을 때는 이른 새벽이었다. 거리 계산을 잘못하여 노숙을 해야 했기에 기분이 썩 좋진 않았으나 그것도 잠시뿐. 점점 다가오는 마을을 보고 있으니 들뜬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릴리엇 구릉지를 넘어 언덕 아래에 자리잡은 우윳빛 강 마을
솔즈리드 반도에 위치한 우윳빛 강 마을은 나에게 있어 큰 의미가 있는 곳이다. 의미라고 해봐야 나의 어이없는 실수에서 비롯된 사소한 것에 불과한 정도지만…, 아무튼 오랜만에 보는 우윳빛 강의 모습은 여전히 아름다웠고, 또 신기하게 보였다.
“얼마나 묵으시겠습니까?”
“이틀.”
나에겐 나름 의미가 있는 마을이지만 이 마을에 살고 있는 누이안들이 그것을 알아주는 건 아니다. 그들에게 있어 나란 지나가는 수많은 여행자들 중 하나였고, 더불어 작은 사고라도 발생시키지 않았으면 하는 무뢰한 중 하나에 불과할 뿐이었다.
우윳빛 강 마을의 수원은 마을 북쪽의 산맥에서 시작되지만 왜 이 강물이 우윳빛으로 빛나는 지는 확실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마리아노플 출신의 교수가 이 마을의 강물에 대해 말하길 ‘석회 성분이 많은 강물이라 정수가 필요하다.’ 라고 평을 하긴 했으나 이 마을 사람들에겐 크게 와 닿지 않은 설명인 것 같다.
하긴, 석회로 오염된 물이 여기에만 나오겠는가? 마리아노플의 세련된 도시나 화려한 이즈나의 도시에도 석회물이 흐르긴 마찬가지라고 들었다. 두 왕관의 특산물이 레몬즙인 이유도 석회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하지 않던가.
“더 필요한 게 있으시면 불러주세요.”
점원의 인사에 즐거운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칼과 포크를 들었다. 새끼 돼지로 만든 바비큐에 콩이 듬뿍 들어간 고기 파이. 주먹만 한 생강 빵과 솔즈리즈 반도의 몇 안 되는 특산물인 딸기잼. 딸기와 포도가 적당하게 어우러진 과실주.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음식이었으나 요 며칠 간 노숙으로 인해 제대로 된 음식을 먹어보지 못했기에 식사 내내 즐거운 마음이 그치지 않았고, 이런 마음은 이 마을에 머무는 동안 그대로 유지 되었다.
우윳빛 강 마을을 벗어나 몇 군데의 마을을 더 거쳐 초승달 왕좌로 돌아오는 길. 긴 여정이었으나 돌아오는 길이었기에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임무 실패라는 한 마디의 뜻을 전달하는 게 더 어렵고 또한 힘들었다.
“가진 능력이 부족하여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지 못했습니다.”
장군님의 조언을 바탕으로 릴리엇 구릉지의 론반 공작의 성으로 갔으며, 거기서 만난 콜린 경에 대한 짧은 평가와 그의 안내로 만난 두 남매와의 만남. 그리고 돌아오는 여정. 그 와중에 릴리엇 구릉지 전체에 묘한 기류가 퍼져 흐르고 있다는 것까지.
하고자 했던 말은 이보다 훨씬 길었다. 우윳빛 강 마을에서 이틀 동안 머문 것도 그리고 초승달 왕좌에 이르기까지 하루에도 수십 번 생각하고 생각해서 만든 문구가 머릿속에 있었지만 막상 고바논 장군에게 다가갔을 때 꺼낸 말은 실패했다는 짧은 문구가 전부였다. 그러면서 문득 생각하길 내 발언이 초승달 왕좌를 무시한 것처럼 들리지 않았을까 걱정했다. 고바논 장군이 손을 흔들 때까지 고개 숙인 내 목에 당장이라도 칼이 떨어질 것 느낌을 받은 것이다.
다행히 실패에 대한 처벌은 없었다. 애당초 기대를 하지 않았기에 그럴 수도 있었다. 무엇 때문에 실패했는지 어느 정도 알아냈는지에 대한 질문조차 나오지 않았다. 모든 대답은 고바논 장군의 손짓 한 번에 끝이 났고, 그 행동은 곧 축객령과도 같았다.
그리고 그 날.
왕좌 구석에 위치한 어느 허름한 여관에서 쉬고 있는 나에게 한 명의 손님이 찾아왔다.
나중에 10편되면 한편으로 묶어서 게시글 만들어주시면 정말 좋을거같아요
소설같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