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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한 예언자는 한결같이 승리하고, 무장하지 않은 예언자는 한결같이 패망한다.
왜냐하면 민중은 변덕이 심해서, 말로 하는 설득으로 따라오지 못할 때는 힘으로 따라오게 만들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마키아벨리, 『군주론』으로부터


(※이번 편은 읽기에 더욱 명료할 수 있도록 어휘나 문법, 순서 등을 재정리하여 구성하오니 참고를 부탁드립니다. 또한, 공성전에 참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에 다소 묘사가 부정확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공성측에 합류하여 기사를 준비하였기 때문에, 다소 공성측에 치우친 묘사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하여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번 기사를 쓰는 도중에 조모상을 당해서 작성이 늦어졌습니다. 모쪼록 제 할머니의 명복을 기원해주세요)


#1. 역성혁명의 꿈을 꾸다

재앙의 하얀 날이 끝나기까지 몇 시간 남지 않았을 무렵이다. 쓴커피하리하라 연합 채팅에서 생존자를 있는 대로 끌어모아 공격대를 꾸렸고, 무덤덤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앞뒤사정 다 잘라먹고 본론부터.

쓴커피 : "여러분, 우리가 이번에 혁명을 일으키려고 합니다."

...!?

당혹스러워하는 우리를 스킵(skip)하고, 쓴커피는 또다시 앞뒤 다 잘라먹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쓴커피 : "여러분, 일요일에 전쟁 가능한가요?"

...일단 너무 본론스러운 건 접어두고서라도 이 때가 이미 금요일 저녁이었기 때문에, 이건 또 상당히 시급한 이야기가 되겠구나 싶었다. 나는 워낙 갑작스러운 소리라, 일단 무엇을 하려는지 물었고, 쓴커피와 함께 내가보이냐가 설명을 시작했다. 이렇게 말하고 있는 사이에도 23초가 흘러가 버렸다.

이번 공성전은 국가전 개념이 아니라, 동대륙 유저 연합 차원에서 추진된다는 것, 새로운 국가를 창설하는 것이 목표라는 것, 사실은 비상이 점유하고 있는 플레이상의 이득을 우리도 누리고자 한다는 것, 그리고 아마도 에아나드 패치 후 델피나드 서버의 최초이자 마지막 공성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공성전에서 승리한다면 보수는 넉넉하게 지불하겠다는 것 등등, 내가보이냐쓴커피는 서로 돌아가면서, 그리고 보완해가면서 이번 계획을 설명했다.

개인적으로, 동대륙이 연합하여 전선을 구축한다는 점이, 내가 휴양기에 들어가기 전 상황과 극히 흡사했기 때문에 반가운 느낌이 들어 나 또한 이쪽에서 취재원이자 머릿수 맞추기로 참가하기로 했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이번에는 비상측에서 취재하러 오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있었던 것은 안 비밀 :D)

혁명적인 위대한 조국의 력사 공성의 날짜는 2014년 3월 16일(일). 장소는 원대륙 누이마리. 이후로도 동대륙 연합채팅에 간간히 사람을 구하는 문장이 올라오곤 했으므로, 이미 이때부터 사건을 주도한 쓴커피내가보이냐 등은 주도면밀하게 역할을 나누어 사람을 포섭하고 공성전략의 기초를 짜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2. 용맹한 전사들의 집결

당초에 계획된 집결시각은 오후 6시부터였으나, 제사정에 의해 실질적으로 용자들이 집결하기 시작한 것은 오후 8시였다. (다시 한 번, 수성 측의 사정은 알 수 없음을 양해해주기 바란다) 필자 또한 교회에서 늦게 돌아오는 바람에 허둥지둥 밥을 먹는 건지 흡입하는 건지 모를 저녁식사를 마치고 당장 하나밖에 남지 않은 정제된 저승의 돌을 사용하여 집결지인 살피마리로 날아갔다.

아무리 국가전의 개념이 아니라 할지라도, 아키에이지의 시스템상 공성 참가를 위해서는 일단 국가에 소속되어야 했기에, 나는 잠시 죽은 아가씨 비세쳬프에게 원정대장직을 잠시 맡기고(고인이 일어나셨다!) 추억 속 초록이 원정대에 합류, 그대로 국가 한마음 측에 가세하게 되었다. 현재의 세력 분포는 잘 파악하고 있는 상태가 아니라, 그저 공성 측이라는 것만 알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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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국가 버프를 받기 위해 한마음의 석상이 세워져 있는 살피마리의 성에 가 보니, 카마엘도 보이고, 북적북적한 분위기다. (그간 애증관계에 있던 사람들 : 에우렐이라든가 에우렐이라든가 에우렐이라든가, 잠시나마 같은 국가에서 목적을 함께한다는 것은 돈 주고도 못 할 경험이기도 하다. 아, 참고로 방금 건 오타가 아니라, 중요한 거라서 세 번 말해본 거니 오해가 없으시기를!)

국가 버프라는 것이 오묘해서, 여러가지로 추가되는 수치가 제법 다양했다. 게다가 무려 3일짜리! 공성 끝나고 피치카토 폴카로 돌아와서 알게 된 거지만, 국가를 탈퇴해도 이 버프는 사라지지 않는다! (덕분에 다음 날, 춤추는 오르골 장식을 만들 수 있었다! 감사ㅋㅋㅋ)

계속해서 사람들이 모여 들었고, 나와 마찬가지로 공성전은 처음인 분들도 있어서, 국가 버프를 어디서 받느냐는 질문이 상당히 많이 쏟아졌다. 나도 이제 방금 알았지만, 아는 분들이 보이면 석상까지 태우기도 하면서 분주하게 움직였다. 앞으로 시작될 공성전에 대하여 기대감이 고조되는 가운데에 선 우리들의 기세는 실로 엑스엘게임즈 본사를 찾아가서 무언시위라도 할 듯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3. 기다려, 당황하지 마라. 이건 공명의 함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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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성전 시작 시간을 아직 12분여(적대 기간까지 포함해야 하므로 실질적으로는 42분)나 남긴 시점에서, 갑자기 이와 같이 공성전 선포 메시지가 나타났다. 아직 국가 버프를 받지 못한 사람이 있는 가운데, 패닉이 군중 속을 휘달렸다. 준비도 안 끝났는데 왜 시작하는 거지? 아직 사람 덜 왔는데? 잠깐 전화 좀! ...등등, 다들 더욱 분주하게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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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있노라니, 이번에는 공성전 선포 취소 메시지가 나타났다. 이건 도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누군가가 이 때에 맞춰서 살피마리에 입찰을 넣었다고 한다. 이에 대하여 내가보이냐의 간단한 설명에 따르면 '돈지랄로 분위기 망치기'가 아닌가 하고 있다고. 이에 대한, 또한 이번 공성전에 있어서의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은 서버 게시판에 내가보이냐X살피마리X누이마리 공수성 참여하신분들 수고하셨습니다. 라는 제목으로 간결히 올렸으니 참조하도록 하자.

누가 했는지는 완벽히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몇몇 사람들은 이걸로 사태가 수습되었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심지어는 공성전이 끝났다고 착각하는 경우까지도 있었으니(이르 모 기자라고 콕 집어서 말은 하지 않겠다), 그 목적은 분명, 혼란을 가져오는 것에 있었으리라.

그렇게 한바탕 소동이 있고 나서, 이번에야말로 진짜 공성 선포가 이루어졌고, 용자들은 누이마리로 출발했다.


#4. 세상의 중심에서 사람은 왜 치나

그렇게 용자들이 누이마리로 모여들 무렵, 내가보이냐는 홀로 적진을 향해 달렸다. 어, 뭐지. 공성 시작 전에 적진에서 대담이라도 가지는 건가. 하고 생각한 나도 내가보이냐를 따라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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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보이냐는 절대 자기로부터 떨어지지 말기를 당부했고, 나는 죽어라 천둥질주를 달려 따라갔다. (왜 남의 천둥질주가 항상 더 빠르게 보이는지는 긴 세월간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이다) 그렇게 따라간 끝에, 붉은 물결이 보이기 시작했다. 델피나드 서버에 사람이 없다 없다 해도 싸울 만한 인원은 모이는구나, 하고 생각한 그 순간. 내게로 무엇인가가 날아들기 시작했고 생명력이 팍팍 깎여나갔다. Aㅏ...또냐, 또 이거냐. 그렇군요, 기자는 언제나 좋은 사냥감입니다.

아니, 뭐...사전에 외침 같은 걸로 알리지 않은 내 책임도 있다고 생각한다. 2% 정도. 나머지는 ...굳이 따지자면 붉은 이름만 보면 회색으로 만들고 싶어지도록 시스템을 구성한 엑스엘게임즈가 50% 정도, 그리고 거기에 놀아난 한 사람의 피해자로서의 전투민족정신이 48% 정도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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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는 집결지로 강제이동당했고, 거기서 푸른색 이름들과 붉은색 이름들이 점점 늘어나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인원이 모이자, 약속된 전투민족의 턴이 시작되었다! 누가 이 사람들의 전투본능을 좀 어떻게 해 줘!! 나의 육식력은 이미 제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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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도 단연 빛난 것은, 마법의 신규 스킬, 연속 벼락이었다. 보라, 이 위압적인 모습을! 보라, 이 압도적인 살상력을! 물론 나는 맞아본 적이 없어서 알 수는 없지만, 맞고 죽는 사람은 이 날 여러 명 볼 수 있었다. 나중이 되어 생각해보니, 이것이 이 날의 공성전이 흘러갈 방향을 예고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5. 적대기간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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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기간이란, 일종의 전초전이라고 부를 수 있는 30분간의 필드 전투 시간이다. 이때부터 명예 점수를 획득 혹은 강탈당하게 되며, 공성전에 있어서는 일종의 맛보기로 취급된다는 듯하다. 구태여 전력전을 펼칠 필요는 없는 몸풀기 시간이라고나 할까. ...분명히 참가 전에 이런 설명을 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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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팀은 청팀대로 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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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팀은 홍팀대로 노는 분위기였다. (적진 보러 가는 와중에 에우렐이 "기자 죽여!"라고 외친 건 잊지 않겠다) 물론 크게 분위기가 이랬다는 거지, 모든 사람이 그렇게 했다는 건 아니다. 진지의 맵 표시영역 즈음에서는 색깔별로 나뉘어서 서로 죽이는 움직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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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서로를 죽여가면서 몸을 풀던 분위기는 공성측이 진지로 이동하면서 전면전의 양상을 보이게 된다. 진지수호탑의 영역이 겹치는 곳에서, 양군은 서로 마주보게 되었고, 이윽고 처절한 필드전이 벌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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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초식유저라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전초전이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퀄리티가 높은 전투가 벌어졌다. ...전초전이라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밀고 들어가질 않나, 밀려 나오질 않나. 전장은 생명을 지닌 것처럼 빠르게 변모하는 꿈틀임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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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침내 공성전 개시의 순간이 찾아들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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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1
  • 전사하랑 @키프로사 | 51레벨 | 흑마술사 | 하리하란
    흥미진진
    2014-03-21 14:54
  • 뚜쉬뚜쉬 @루키우스 | 52레벨 | 흑마술사 | 엘프
    역시 기자가 타겟팅하기 젤 좋죠ㅋ
    2014-03-21 15:00
  • 찍찍 @베나레사스 | 54레벨 | 포식자 | 하리하란
    필력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4-03-21 16:17
  • 에우렐 @델피나드 | 51레벨 | 포식자 | 엘프
    헐 나중엔 같은 팀이라 안죽였는데!!!
    2014-03-22 01:33
  • 이르셰인 @델피나드 | 51레벨 | 마법사 | 하리하란 찍찍 @베나레사스
    사실 전장 기사는 잘 꾸며봐야 흔히들 경험하는 내용이다 보니...동기라든가 시작에 다다르기까지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데 힘을 쏟는 편입니다 :D
    2014-03-22 13:51
  • 이르셰인 @델피나드 | 51레벨 | 마법사 | 하리하란 에우렐 @델피나드
    ...처음 몇 번 죽은 거 님이 그런 거였나요... ㅍ_ㅍ
    2014-03-22 13:52
  • 이르셰인 @델피나드 | 51레벨 | 마법사 | 하리하란 뚜쉬뚜쉬 @루키우스
    마크가 있으니까요! 마크가! 게다가 기자들은 스크린 샷 찍기 바빠서 컨트롤도 제대로 안 된다는 걸 노려 와요!
    2014-03-22 13:52
  • 이르셰인 @델피나드 | 51레벨 | 마법사 | 하리하란 전사하랑 @키프로사
    감사합니다 :D 개인적으로 이번 상편은 그럭저럭 잘 된 거 같아서 기쁩니다!
    2014-03-22 13:53
  • 봉짱 @델피나드 | 50레벨 | 흑마술사 | 페레
    스샷에 나  나옴ㅎ 재미있었는데ㅋ

    하편보러ㄱㄱ
    2014-03-24 07:56
  • 이르셰인 @델피나드 | 51레벨 | 마법사 | 하리하란 봉짱 @델피나드
    한 3장 정도인가요? 봉짱님 찍힌 스샷이 의외로 있더라고요. 그것도 중요한 장면마다.
    2014-03-25 06:19
  • 봉짱 @델피나드 | 50레벨 | 흑마술사 | 페레 이르셰인 @델피나드
    제가원래 좀 중요한사람이라ㅎ
    2014-03-27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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