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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의 숲. 한번 발을 들이면 숲의 저주에 걸려 빠져나오지 못 한다는 곳. 하리하란 아이가 태어나면 어른들은 먼저 숲의 위험성에 대해 알리기 바빴다. 고대 악마가 봉인 된 저주받은 장소라거나, 죽음에서 되돌아 온 자가 머무는 곳이라거나 하는 근거 없는 뜬 소문으로 아이들의 호기심을 두려움으로 바꾸어 자신의 아이가 그 근처에 가지도 않도록 말이다.

고대의 숲의 명성은 자자해서, 그 누구도 얼씬하려 하지 않았다. 숲의 저주가 거짓이든, 사실이든 조심하는게 좋지 않겠는가?

그 누구도 가려하지 않는 저주의 땅.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않아 온갖 식물들이 너저분하게 자라있고, 이름모를 종의 나무들은 하늘을 모르고 치솟고 있었다. 어떤 용감한 모험가가 날틀을 타고 숲의 중심을 지나갈때 아름다운 호수가 있었다는데, 글쎄, 그건 그 모험가와 나. 둘 밖에 모르지 않을까.

아... 그녀석들도 있었지.

시온은 옛 생각이 떠올라 작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오래 가지 않았다. 마치 꿈 같던 그때의 행복이 오래가지 않았기에.

시온은 어릴 적 마리아노플에 부유하진 않지만 자상한 행상인 아버지와 온화하신 어머니 밑에서 자란 평범한 누이안 소녀였다. 아버지는 상인 일을 하기에 항상 집을 비우기 일쑤였고, 어머니도 소일거리를 찾아 마리아노플을 돌아다니셨기에 시온은 늘 혼자였다. 그런 그녀의 취미는 바로 책 읽기. 마리아노플 도서관은 그녀의 친구였다.

늘 그렇듯, 도서관에서 책을 읽던 그녀는 우연히, 아니 어쩌면 필연적으로 고대의 숲에 대한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책에서는 사악한 하리하란을 벌하는 누이여신의 저주가 깃든 땅이라고 묘사되어 있었다. 나무는 비틀어가고, 호수는 말라버리는 저주의 땅. 탐욕스런 하리하란을 징벌하는 여신의 심판.

시온의 관심은 거기에서 끊겼다. 어른들이 하지 말라는 짓을 해서 좋을 건 없으니까. 시온은 착한 아이였다.

... 그런 아이가 어째서 고대의 숲의 중심부에 위치한 아름다운 호수를 아냐고? 부모님 말씀을 어긴건 아니냐고? 어허. 성격도 급하긴. 아직 내 얘기 안 끝났으니까 잘 들으라구. 뭐? 내가 누구냐고? 나는 천재 시인 루키우스 퀸토... 의 뒤를 이을 남자, 잘 들어. 세계 최고의 작가가 될 북맨이시다.

아, 미안. 어디까지 이야기 했지? 아아. 도서관 이야기 까지였나. 아무튼 시온은 ... 착한 아이였어. 내 기억에도 그런 걸. 부모님의 말씀을 어길 나쁜 아이는 아니라는 거지. 주관적인 생각 아니냐고? 시끄러 인마.

도서관에서 읽었던 고대의 숲과 관련된 책의 내용이 시온의 기억에서 잊혀져 갈 때 쯤, 사건이 일어났어. 행상인이었던 아버지가 하리하란에게 납치가 당한거지. 뭐 흔한 일이야. 항상 상인은 많은 위험을 안고 살아가니까.

설상 가상으로 아버지의 빈자리를 매꾸려고 더 많은 소일거리를 하시던 어머니 마저 알 수 없는 질병으로 세상을 떠나버리니, 순식간에 시온은 혼자가 되었어. 도서관에서 매일 느끼던 고독과는 차원이 다른, 이 세상에 혼자 뿐이라는 고독을 말이야.

어린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힘들었을거야. 그러니까 자살을 결심하지 않았을까? 시온은 어떻게 죽으면 좋을까 하고 고민했어. 무식하게 팔을 긋거나 뛰어내리는 등의 방법은 많았지만, 시온은 그냥 죽어버리면 무언가 덧없다는 느낌을 받을 것 같았어. 그러던 중, 아주 예전에 도서관에서 고대의 숲 관련 된 책을 읽은 것이 떠올랐지 뭐야.

시온은 고민하지 않았어. 무역상의 배를 얻어 타 청소를 해주는 댓가로 시온은 고대의 숲에 도착 할 수 있었지. 상인은 시온이 고대의 숲으로 향하건 말건 신경쓰지 않았어. 어차피 자신의 이익과는 상관 없는 아이였거든.

시온은 눈 앞에 펼쳐진 숲을 보고 한창이나 멍하니 서있었어. 책에서는 저주받은 곳이라고 했지만, 적어도 시온 눈 앞에 펼쳐진 숲은 너무나도 몽환적이며 아름다웠기 때문이지.

시온은 침을 꿀꺽 삼키고 숲으로 걸어들어갔어. 자살을 목적으로 하였기에 짐 따위 없었어. 어두운 곳을 여행할때 필수인 횃불조차 만들지 않고 숲으로 들어갔지.

빼곡히 자란 나무들 탓에 숲은 금방 어두워졌어. 분명 들어올 때 해가 높이 떠있었는데, 숲속은 마치 밤처럼 깜깜했지.

숲을 헤멘다는게 얼마나 두려운 일인지 상상해본 적 있니? 내가 한번 그위오니드 숲에서 길을 잃은 적 있는데, 어휴. 다신 생각하고 싶진 않군. 그런데 시온은 눈 앞에 모든 것이 신기했어. 그도 그럴것이, 도서관에 그 어떤 책도 고대의 숲 안쪽에 대한 내용은 없었거든. 그러니까, 일단 지금 살아있는 사람들 중에선 시온이 최초랄까. 뭐 숲의 저주가 있다면 죽어버리겠지만.

시온은 정처없이 걸었어. 무언가에 홀린 듯, 가다가 우두커니 멈춰서서 방향을 바꾸거나 멍하니 한 곳을 바라보거나 하는 행동들을 하면서 말이야.

시온의 정신은 점점 더 몽롱해져 갔어. 아. 이게 도서관의 책이 말하던 숲의 저주일까. 보통 사람들은 그 순간 두려움을 느꼈겠지만, 시온은 뭔가 뿌듯함을 느꼈어. 어차피 사라질 목숨. 호기심이라도 해결 할 수 있었기 때문이지.

의식이 서서히 멀어져간다고 생각했을때, 뭐랄까 시온은 누군가 물이라도 뿌린 듯한 느낌을 받았어. 그리고 몽롱함이 순간 싹 - 하고 사라졌지. 그리고 시온의 눈앞에 펼쳐진 건 아름다운 호수와 ...

" 에... 건물? "

크지 않은 목재로 이루어진 2층 건물. 페인트 칠 조차 되어있지 않지만, 건물 앞의 팻말에는 이렇게 적혀있었지.

" 리엔샤드... 의 임시 휴게소? "

시온은 뭔가 허탈함을 느꼈어. 고대의 숲 중앙에 휴게소가 있다니, 그 누가 상상이나 해봤겠어? 아마 저 휴게소 주인은 엄청 깡다구가 강한 사람일거야. 그게 아니라면 시온처럼 자살하러 온 사람이거나.

시온은 용기내어 문을 열었지. 딸랑- 하고 작은 종이 울렸어. 그리고 그 안엔 여러개의 테이블과 의자. 벽난로와 어항 등 여러 가구가 배치되어있었고,

" 어서오세요. 갈 곳 잃은 여행자님. "

주인으로 보이는 사내가 밝게 웃으며 인사를 건냈어. 그게 리엔샤드와의 첫 만남이었지.

휴게소엔 리엔샤드 혼자가 아니었어. 하리하란 소녀 하나, 누이안 소녀 하나 누이안 소년 둘..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었지.

작은 키의 하리하란 소녀의 이름은 시루리아. 동양인 이름치고는 특이했지만, 뭐 그 아이가 직접 이름을 지은게 아니니까.
누이안 소녀의 이름은 모모. 그리고 그 옆에 착 달라붙어있는 누이안 소년은 브삼. 아마 둘이 커플이었던가.
그리고 나머지 하나가... 나다. 북맨.

아무튼 우리들은 이곳에서 만났고, 온 목적이야 어떻든 서로 금방 친해졌어. 종족을 떠나서, 하리하란 소녀와도 친해졌고.

그런데 역시 임시 휴게소라 그런가, 아니면 삶에서 영원이라는 게 없듯, 우리는 헤어졌어.

대부분 자살의 목적으로 고대의 숲에 왔지만, 서로 만나서 희망이라는 게 생겼고, 다시 한번 살 의지를 심게 된 거지.

아. 미리 말하는데 난 그때 거기 자살하려고 간 거 아니야. 글쟁이는 많은 경험을 해야하니까. 그냥 그 이유 뿐이라고. 오해하지 말아줘.

아무튼, 우리의 만남은 오래가지 않았어. 반복되는 평화로운 날. 평범한 아침식사 중에 리엔샤드의 말에 의해서.

" 이제 너희들이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 "

휴게소는 영원히 머무를 수 없는, 살면서 지치고 피곤할때 그저 들렸다가 가는 장소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그땐 얼마나 서운했는지.

리엔샤드가 우릴 이니스테르로 데려다 주었지. 그리고 먼 미래 알게되었는데, 리엔샤드는 사실 리턴드. 그러니까 죽음에서 되돌아 온 자라는 거야. 한번 죽음을 경험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이들을 막기 위한 휴게소였을까.. 싶네.

아무튼 모두 흩어졌어. 브삼과 모모는 누이아 근처 무인도에 집을 짓고 약을 제조하며 가끔 배타고 나가서 상인에게 팔고, 나는 이렇게. 세상을 떠돌며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고.

시루리아? 글쎄... 그녀석은 어디서 뭘 하고있는지 모르겠네.

... 한번 쯤 보고싶다.

그리운 녀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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