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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현실이다.
단,
그 모든 것이 사실이라고는 한하지 아니한다.

주) 이번 기사는 제보에 의해 작성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 문제에 대하여 깊은 부분까지 모두 알지는 못하기에, 다소 두서가 없는 표현이 사용되었을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이 점 모쪼록 양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키에이지 현실의 이야기 #3. 육식과 초식 사이

서문

아키에이지는 순환을 거듭하는 세상이다. 누군가 맺은 무역의 결실이, 누군가 약탈하기 위해 만드는 선박용 무장의 재료가 될 수 있다. 농사를 지어 만드는 물약PvP를 할 때 주로 사용되며, 이들이 지불한 돈이 다시금 물약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이렇게 자그마한 순환으로부터 이 세계는 성립한다.

다소 난폭한 논리이나, 아키에이지의 세계, 그 구성원은 크게 육식초식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혹여라도 유행어에 어두운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육식은 피 튀기는 전장을 선호하며 힘의 논리를 우선 삼아 게임을 즐기는 부류로 이해하면 된다. 이와 반대로 초식은 생산 활동을 즐겨하며 무엇인가를 만드는 데 주력하는 부류이다. 물론 이렇게 간단한 조건만으로 양측을 갈라 인식하기는 무리가 있으나, 대체로 그러한 성질을 가진다고 보면 된다.

어느 쪽이든 만일 하루아침에 사라진다면 아키에이지의 세계 근간이 위태롭다. 생산자와 소비자는 언제나 물고 물리기 마련이기에,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한다. 어느 한 쪽이 사라지든, 마치 제1차 세계대전 뒤에 찾아든 세계 경제대공황과도 같은 순서를 따라 공멸(共滅)의 길을 걷게 된다. 혹은, 이미 걷기 시작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번 기사는 개인 사정상 이름을 밝힐 수 없는 한 육식 유저가 제시한 의문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육식의 비호와 함께 초식이 생산활동에 주력하고, 그걸 다시 육식이 자신의 성장을 위해 사용하는 시스템적인 약속이 어디서부턴가 엇나가고 있다". 간단한 예로 들 수 있는 것이, 소위 말하는 '육식 콘텐츠'에 대해 초식 유저들이 이상할 정도로 참가를 꺼리고 있는 작금의 상황이라는 말과 함께, 그는 이대로 가면 결국 공멸이 찾아오리라는 견해를 밝혔다.


장비가 없고 레벨이 낮아도 당신은 사람 밟기 위해 태어난 사람

이 유저가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굳이 말하자면 참가하는 유저의 수급이 되지 않는다는 것. 쟁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참여도에 있으며, 딜을 넣는 것은 물론 좋으나 부가 효과를 가지는 기술로 상황을 이쪽으로 끌어 오는 것 또한 이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중요하기 때문에 가급적 많은 유저가 참가할수록 딜러도 편하고 힐러도 편하고 이래저래 모두가 편하다는 것이다. 쟁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물론 숙달된 육식 유저들이다. 그러나 그 기저에 함께 하는 미숙련의 유저들이 있다 해서 방해가 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여러분의 방울방울 한 방이 그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아는가?

크라켄 서버에서 체감하기로, 누이아 대륙 유저들의 육식성 콘텐츠에 대한 단합이 하리하라 대륙 유저들에 비해 월등히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에 동의하는 분들이 제법 계실 것이다. 당연히 이들 모두가 육식성 유저라고 볼 수는 없다. 평소에 괭이를 잡고 땅을 가는 유저들이라도, 자신이 필요한 곳에 달려가 주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세상에서나 그렇듯, 이렇게 세를 이룬 이상 쉽게 죽지도 않는다. 불꽃송이만 쏘아내며 버틴대도 메인 딜러인 누군가가 반드시 달려와 줄 것을 믿고, 그렇게 해서 쟁을 유리하게 이끌어나간다...이것이 중요한 사실이다.

자, 여기에 서로 비슷한 공격력을 가진 2명이 서로 싸우는데 지나가던 환술의 초심자가 한쪽 편을 들어 대지의 손아귀를 계속 써 준다고 가정해보자. 이건 사실 가정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붙어 준 쪽의 공격기회가 월등히 많아서 웬만한 장해물이 있지 않는 한(예를 들어 장비가 모조리 2~3단계 정도 차이가 난다든가) 이길 수밖에 없다. 초식 여러분, 그대들이 무력하다 여기는 그 한 턴의 힘이 바로 이렇게 다른 결과를 도출해낸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되겠다. 이것이 진실이 아니라면, 왜 공격대공성의 인원 상한을 두겠는가?


밸런스의 붕괴, 그 참람된 결과는 이미 보아 왔다

대륙간 밸런스라는 관점에서 볼 때, 위에서도 언급했다시피 크라켄 서버의 경우 누이아 대륙 연합 쪽으로 조금 기울어 있다고 느낀다. 황금 평원을 포함해서 심연의 습격이나 크라켄 레이드, 혹은 지역별 분쟁까지 다방면에서, 하리하라 대륙 연합이 수적 열세로 인해 패배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여러분도 익히 아시다시피, 이러한 레이드나 전쟁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은 무궁무진하다. 가깝게 이야기하자면 장비로부터 시작해서, 돈과 명예 점수에 이르기까지, (물론 결국은 0과 1의 덩어리로 무형이지만 일단은) 유무형의 자산이 쌓이기 마련이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이러한 부의 축적이 계속해서 어느 한 쪽으로 기울면 나중에 이르러 그 차이를 메울 수가 없게 된다. 소위 말하는 '망한 서버'의 상징인 '4성통일'이라든가, 운 좋게 그렇지 않더라도 소득의 격차가 벌어지게 된다면 도태된 쪽은 보호 구역에서 나오는 것이 곧 죽음을 의미하는 항구적인 패배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아키에이지의 세계 시스템은 끝없는 경쟁으로 이루어져 있기도 하다. 지속적으로 힘을 기르고, 그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유지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맞추어 대응하지 않으면 어느 샌가 불리한 입장에 서게 되는 잔혹한 게임이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밸런스가 붕괴될 경우 자연스레 일어나는 엑소더스, 즉 유저의 이탈 현상에 있다. 물론 지금과는 상황이 전혀 다르지만, 과거 수많은 서버가 고만고만하게 유지되고 있었을 때, 일부 극단적인 유저들이 세를 지어 서버에서 서버로 옮겨가며 치킨 게임을 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물론 진지하게 임한 유저들도 다수 있으며, 아키에이지의 시스템이 보장하는 유료 서비스를 이용했다는 정도의 의미밖에 지니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궁극을 노리는 것은 이런 류의 게임물의 목적성과 부합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일반윤리적으로, 그들의 치킨 게임 때문에 서버의 밸런스가 무너져 터전을 버리게 된 서버 난민이 발생한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러한 일이 발생할 여지가 지금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것만 지켜 줘도 초식 유저들은 용기를 얻는다

굳이 어느 쪽이냐를 묻기 전에 이미 필자는 초식, 그것도 극단적인 초식에 해당한다. 매일이 농사 짓고 여명 마시고 수확하고 수프 끓이고 여명 마시는 일상의 반복이다(여명은 중요한 거라 두 번 말했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초식들의 심리를 몇 가지 여러분에게 제시하여 알릴 수 있음을 기쁘게 여긴다. 다만, 이를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은 다소 지루한 일이 될 것이다. 여기서는 일단 몇 가지 주요한 지침사항을 가지고 설명을 하도록 하자.


1. 적극적으로 권유하기

쟁이나 레이드 인원을 모을 때, 추상적인 문구(ex. ○○에서 ○○합니다. 다들 참여 부탁드려요~)로 모집을 계속 반복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것은 초식들에게 그다지 효과가 없다. '어차피 육식들이 가니까 난 가봤자 별로 도움도 안 될 거고' 라고 생각해서 자기 하던 일이나 하기 마련이다. 여기서 '적극적인 권유'는 결코 지속적인 권유를 가리키는 말이 아님을 명심하자. 레벨이 낮은 유저들을 대하듯, 앞에서 도와 준다는 인상을 깊이 새겨줄 수 있는 문구를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2. 구체적으로 권유하기

긴급 상황에서도 도움이 되는 항목이다. 조금 여유를 가지고 '○○님, 우리 ○○하러 가는데 같이 놀러가죠' 라는 식으로 계속 챙기는 것이 현명하다. 처음에는 빼더라도 친목이 계속 유지되면 어느 순간엔가 마음이 열려 있을 것이다. 물론 구체적인 권유 계속하는 것은 역효과밖에 안 되므로 다른 항목들도 지키면서.


3. 짜증을 내지 않기

초식들의 대부분은 자신의 게임 컨트롤 능력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이미 인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육식이 짜증을 내면 더욱 움츠러들고, 심지어는 죄책감을 느낀다. 이렇게 되면 그 다음부터는 육식 콘텐츠에 참가하지 않으려는 성향이 생기거나 심화되고 만다. 여러분은 지금까지 먹은 빵...말고, 지금까지 경험해온 육식 콘텐츠의 숫자가 다르다. 초식을 해도 레벨을 올릴 수 있는 아키에이지의 특성상 '만렙 찍기'는 초식에게도 그다지 드문 일이 아니지만, 육식 여러분의 만렙과 초식들의 만렙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다. '당연히 되겠지'라는 생각을 버리는 것은 어떨까.


4. 칭찬할 때는 크게 하기

자, 위에서 초식들이 움츠러들어 있는 이유는 적당히 설명이 된 것 같다. 그렇다면 조금 더 나아가, 칭찬을 크게 해 보는 것도 괜찮다. 물론 육식 콘텐츠를 진행하는 상황에서는 결과가 가장 중요하겠지만...일례로 필자는 한마음 국가의 영지선포전에서 소위 말하는 '포탈 담당'을 맡았다. 심지어 영지선포전이 끝날 때까지의 전적은 0공격 0살해 1포탈.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왕 아마데우스는 중요한 일을 맡았다며 칭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때까지 움츠러들어 있던 필자는 거기에 1따봉을 더해, 서로 웃으며 영지선포전을 마칠 수 있었던 것이 기억에 남아 있다.


5. 비기 'ㅋㅋㅋ'를 활용하기

아무리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웃어라. 초식들은 그 상황에 대한 중압감에 거의 무너지기 직전일 테니까. ㅋㅋㅋ는 이런 상황에서 긴장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표현이다. 이상한 이모티콘 같은 거 사용하면서 불편한 심기를 대놓고 드러내는 것은 역효과일뿐 아니라 서로간의 신뢰도 무너뜨리기 딱 좋은 행동이다. 육식 여러분이 ㅋㅋㅋ를 사용해서 농담조로 잘 안 풀린다고 어필하는 것만으로도 초식들은 충분히 집중력을 되찾는다.


그대여, 위대한 초식, 위대한 육식이 되어라

위에서 지적한 몇 가지 키워드를 통해 위대한 육식은 대충 감이 오는데, 위대한 초식은 무엇일까. 아마도 여러분이 속해 있는 세력을 유지하는 데 조력을 아끼지 않는 초식을 이렇게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잡식'이라고 부르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다. 잡식은 초식 콘텐츠를 바탕으로 육식을 이미 목표에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붙일 수 있는 호칭이니까. 초식으로 살되 중요한 단체활동에는 적극적으로 참가해주는 것, 이것이 위대하다 할 수 있는 초식의 삶이 아니겠는가.

아무리 세력이 밀린다는 소리를 들어도 일단 당장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으니까 실감하기 힘든 것임은 사실이나, 자...여러분의 세력이 멸망하고 적대 세력밖에 없는 세상이 온다고 가정해보자. 이 세상에서는 일단 유저간 충돌이 일어나기 힘들다. 그만큼 물약이 안 나간다. 당장 여러분 주머니가 위험해지는 것이다. 필자는 델피나드 서버에서 이 '그만큼'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의 것인지 겪고 왔다. 100개 만들면 30개 겨우 팔리고, 그나마 내놓는 사람이 워낙 많아 가격 경쟁성도 없고, 그러다 보니 주머니가 비어 버려 즐길 수 있는 게임 콘텐츠가 별로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물론 필자가 애초부터 가난한 탓도 있겠지만)

기왕 새로운 서버가 열린 참에, 이 상황만은 어떻게든 피하고 싶다. 여러분에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위대한 초식이 되자. 물론 육식 여러분도 위대한 육식이 되어 줘야 한다. 초식들은 어떻게든 이끌어줄 수 있는 존재가 없으면 육식 콘텐츠에 참가하지 않으니까. 이끌고, 받쳐 주자. 이것이 아키에이지의 세상, 맴도는 가운데 서로 보완하는 시스템의 대전제가 아닐까 한다.


막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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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않겠는가?

댓글 12
  • Lostsoul @진 | 55레벨 | 흑마술사 | 하리하란
    글울렁증이...
    2014-08-03 10:27
  • 하늘초코 @에안나 | 55레벨 | 저승사자 | 누이안
    완전공감이요!
    2014-08-03 10:32
  • Lostsoul @진 | 55레벨 | 흑마술사 | 하리하란
    맞는말임 탬안좋고하면 길드분들한태 부탁해서 55찍고 죽음 낭만의지들고 자폭하면서대기면댐 아니면 환술의지철벽으로 공외 쓰고 무적스킬쓰고어그로끌어도 상당한 초식이 할수있는 최고의꼬장임
    2014-08-03 12:47
  • 적절한왓츠 @에안나 | 55레벨 | 첩자 | 누이안
    완전 공감합니다~
    2014-08-03 12:51
  • Eden @크라켄 | 55레벨 | 그림자 검 | 하리하란
    완전 공감되는 좋은글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이때...세력비가 불균형한 상태에서 밀리던 동대륙이..어제는 호소에 참여해주신 분들로...압도적인 승리를 이끌 수 있었습니다.. 세력비가 무너지면 징조꼬장을 감당할 사람이 어디 있겠으며, 당연히 즐길 컨텐츠들을 노심초사 하며, 심리적압박감에 짓눌리면서 할 필욘 없잖아요? 죽어도 패널티는 없습니다.
    경험치가 쌓이는건 단순한 레벨뿐만 아니라, 실력과 자신감에도 쌓입니다. 다들 적극적인 참여 부탁드립니다(_ _)
    2014-08-03 13:20
  • 쉿쉿 @크라켄 | 55레벨 | 전사 | 페레
    음 전 거의 초식을 많이하지만 Eden님이 어제 국가창에 말씀하시는게마음을 이끌더라구요 ㅎ 그래서 참여했는데 너무 잼나게 했어요 ㄳ합니다
    2014-08-03 16:20
  • 적검님 @진 | 55레벨 | 생명의 춤꾼 | 엘프
    막짤만읽고 좋아요
    2014-08-03 18:59
  • 미누 @크라켄 | 55레벨 | 그림자 투사 | 하리하란 쉿쉿 @크라켄
    그짓부렁이 !
    2014-08-04 02:14
  • 쉿쉿 @크라켄 | 55레벨 | 전사 | 페레 미누 @크라켄
    아놔 맞대두 ㅋㅋ 오늘도 참여했어요 그래서..
    2014-08-04 04:24
  • 리에님 @에안나 | 54레벨 | 흑마술사 | 하리하란
    당신은 사람 밟기 위해 태어난 사람 !!! 팍팍 와닿는데여!!??
    2014-08-06 21:28
  • 체리펀치 @진 | 51레벨 | 포식자 | 누이안
    아...명언입니다... 감동먹었어요 와.... 좋은글 감사합니다
    2014-08-06 23:57
  • 퓨어 @안탈론 | 50레벨 | 파괴의 현 | 하리하란
    글 잘쓰시네...아키 게임시스템이 한사회를 보는것 같네요...모두모두 힘냅시다!
    2014-08-10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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