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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현실이다.
단,
그 모든 것이 사실이라고는 한하지 아니한다.

아키에이지 현실의 이야기 #5. 다들 이 정도는 하니까 괜찮다? 강화와 사행성

머릿말

아키에이지는 여러가지 콘텐츠를 보다 자유롭게 구현하기 위하여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으로 출시된 작품이다. 이러한 배경이 있기에 출혈 효과 상태에서는 캐릭터가 피투성이로 묘사될 수 있었고, 때리면 혈흔이 생기며, 시체에 발길질하고 필터링 없는 채팅이 가능한 데다 캐릭터의 속옷이 보이며 섹시한 계열의 의상이 출시된다. 3초만 기다리면 사용할 수 있는 황홀한 여명이나, 사냥 등을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도핑, 혹은 회복 물약 같은 것이 다른 게임...대표적으로는 마○노기와 같은 작품보다 자유로운 것도 이에 기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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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사이트의 가장 아래쪽에서 볼 수 있는 이 도안은, 아키에이지가 어떠한 부분에서 청소년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느냐에 대한 논의 끝에 내려진 결론을 명백히 하고 있다. 크게 선정성, 폭력성, 약물 부문에서의 논란이 있으므로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으로 했다는 증표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사행성에 대하여 제대로 평가된 것이 맞느냐는 의문이 드문드문 보이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경우, 아이템 강화에 도전했다가 수백에서 수천, 수만, (루루로 살 수 있는 아이템 가격을 포함해서) 수십만금을 투자하고도 제대로 건진 것이 없다는 푸념과 함께. 물론 이러한 푸념에 대해서는 "투정 부리지 말고 강화를 안 하면 되지 않느냐"는 타박을 주거나, "강화는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는 조언이 아낌없이 달리곤 한다.

하지만, 그걸로 괜찮은 걸까? 사행성이라는 항목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없는 아키에이지가, 강화 중독자를 양산해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견딜 수가 없다. 그러므로, 이번에는 강화와 사행성에 대하여 생각해보도록 하자.



사행성의 정의

사행(射倖)이란, 국어사전에 짧게 등록되어 있다. "요행을 바람."
너무 짧다. 검색어를 너무 추상적으로 넣었나. 그렇다면 연관 검색어인 사행행위(射倖行爲)는 어떨까. 다행히도 이번에는 제대로 된 문서가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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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게임물이라는 (일반적으로) 건전한 콘텐츠에 적용하기 힘든 구시대적인 내용이다. 이 자식들이? 예제는 없는 셈 치고 첫 문장만 보면 적절할 듯하다. 사람들의 요행심을 조장하고, 근로의욕을 해치는 것이 바로 사행행위이다.

뜬구름 잡던 이야기가 조금 정리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도 잘 모르겠다, 고 생각했으나, 잘 떠올려보니 사행성 오락이라고 하면 역시 일본을 빼놓을 수가 없지 않은가. 그래서 ATOK에서 단어를 찾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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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행]은 생각지도 않은 행복을 의미) 노력을 하지 않고 우연한 이익이나 성공을 노리는 일.


음, 정리를 하자면 이런 것이다.

  • (일반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 전제로
  • 어떠한 이득을 취하려 하는 행위
  • 또한 우연(=확률)에 따른 이익을 추구하는 심리

이걸로 사행성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는 짚고 넘어갈 수 있겠다.

또한, 게임물에서의 사행행위는 두산백과의 요약에 있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논쟁거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종류, 명목, 방법 여하를 막론하고
  • 타인으로부터 금품을 모아
  • 우연의 결과에 의하여 특정인에게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고, 다른 참가자에게 손실을 미치게 하는 모든 행위


강화는 사행행위에 속하는가

게임물이라는 특수한 틀 안에서 현행법을 그대로 적용하여 해석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특히 최근까지 발달한 게임의 역사 속에서, 확률이라는 요소는 결코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10일만에 10억을 벌 수 있을 지도 모르는 일과 10년 착실히 계속하면 100% 10억이 모이는 일이 있을 때, 사람들은 대체로 전자에 더 큰 매력을 느끼기 마련이며, 이러한 심리를 게임에도 적용하여 상업적 흥행을 거두기 시작한 것이 벌써 20년 가까이 된다.

물론 사전적 의미를 따른다면, 강화는 사행행위에 속하는 시스템이 맞다. 유일 등급 이상의 하슬라 증표 아이템을 얻는다고 가정해보자. 증표 아이템 자체는 죽어라 사냥을 계속하면 100% 얻을 수 있으니 당연히도 사행이 아닌데, 이것을 영웅 등급에서 게임 내 화폐(드물게는 캐시 아이템)를 사용하여 유일 등급까지 올리는 과정은 전적으로 우연이 중첩된 결과이니까.

조금 범위를 넓혀서 적극적인 해석을 하자면, 게임 내 화폐를 사용하는 것은 일반적인 "화폐 회수 정책"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으니 금품을 모은다고 보지 못 할 이유가 없다. 강화 성공자는 재산상의 이득을 본다. 그리고 실패자는 지른 만큼의 손실을 입는다. 두산백과가 정의하는 사행행위를 그대로 따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강화를 하기 위해 게임 내 화폐를 모으고, 자신이 가진 현실의 화폐를 들여 그 성공률을 올리는 것을 과연 '노력을 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을까? 현실이든 가상이든 돈을 모으는 데에는 합당한 노력을 담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으음, 머리 아픈 이야기가 되어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말하자면 '경계선'일 것이다. 즉 일은 일대로 생각하고 게임은 게임대로 생각하는 것이다. 이 전제가 없으면 모든 불법 성인 오락실의 파칭코 머신이 합법이라고 주장하는 거나 다름없는 짓이 되어버린다. 자, 게임에 돈을 쏟아 붓는다. 여기에서 필요한 노력은 키보드와 마우스를 조작하는 것뿐이다. 그 돈으로 강화를 지른다. 역시 필요한 노력은 키보드와 마우스를 조작하는 것, 그리고 강인한 멘탈을 가지고 있을 것 정도이다. 그리고 강화에 성공해서 소위 말하는 득템을 한다...

어, 이거 진짜 쓰고 보니 사행행위잖아...

음, 더 이상 논리를 펴도 이건 좀 무리수가 있을 것 같으니 "강화는 사행행위에 속한다"는 결론만 가지고 다음 챕터로 빠져나가자.


그렇다면 어째서 강화는 사행행위로 법적제재를 받지 않는가

이에 대해서는 아래를 참조하면 제일 간단하게 해결된다. 아키에이지 이용약관의 제34조 9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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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사행을 하든 말든은 전적으로 유저의 자유이며, 이것에 대해서는 사전동의를 받은 면책조항이 발효되고 있으므로 엑스엘게임즈 탓으로 돌리면 떼찌한다는 것이다. 이보다 앞선 제16조 1항에는 뭐라 나와 있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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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시 아이템을 무진장 질러 강화하다 실패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현실의 화폐가 아니라 루루이며, 그 모든 권리는 궁극적으로 엑스엘게임즈에 귀속되므로 이용자가 손실을 입든 이득을 보든 결코 현실의 것이 아니니 관련 실정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로 보면 될 것이다. 현행법상, 문제 없음. 한 계정당 한 달에 50만원까지 충전할 수 있는 루루도 사실은 사행심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게임 경제 밸런스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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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행운석만 찾아 봐도 이만큼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소유금은 신경쓰지 말자. 필자도 강화하다 날렸다)



맺으며

음, 대충 이렇게 결말이 날 걸로 예상은 했지만 정말로 이렇게 나니 우선 당혹스럽다. 그야 그렇다. 사행, 사행행위와 같은 민감한 부분을 명시해두지 않으면 당장 은팔찌 차는 수가 있으니. 그러나 머릿말에서도 짚었다시피, 아키에이지의 이용등급 분류 사유에 사행성이 없는 점은 다소 의외이다. 에아나드 업데이트가 이루어진 다음부터 강화가 더욱 활성화되고 그에 따라 패가망신하는 (물론 게임 내에서) 사람도 늘어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과연 사행성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이용등급으로 떳떳하다 할 수 있을까?

사행 자체로도 도덕적인 문제를 제기할 수야 있지만, 소위 말하는 될놈에이지와 같은 (물론 게임 내에서) 사회적 불만을 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니만큼, 사행심을 조장할 수 있는 콘텐츠에 대해서는 지금보다 더 강하게 어필해두는 것이...좋겠지만, 이미 이용약관에 명시되어 버렸으니 더 이상의 조치를 기대할 수도 없겠다.

강화와 같은 사행 콘텐츠는 중독성이 있으니, 각자가 유의하여 파산하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으로 보인다. 당신이 설령 집 문서를 저당 잡히고 50만원어치 루루를 모조리 쏟아부어서 모조리 실패한다 해도, 엑스엘게임즈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짧지 않은 뻘글이었으나 읽어준 여러분께 감사하며 이만 줄이고자 한다.

결론 : 될놈에이지라는 것을 잊지 말고 강화는 작작하자.

댓글 13
  • 이르셰인 @크라켄 | 55레벨 | 저승사자 | 하리하란
    (기승전병의 극치구나...-_-;;; 주제를 잘못 잡았어...)
    2014-09-24 13:34
  • 뚜쉬뚜쉬 @안탈론 | 55레벨 | 신비의 연주자 | 엘프
    결론잼ㅋㅋㅋㅋ
    2014-09-24 13:57
  • 당근 @크라켄 | 53레벨 | 생명의 춤꾼 | 하리하란
    이글의 요지는 강화하다 날려서 빡치는데 기사나 써야겟다..인듯...? ㅋㅋㅋ
    2014-09-24 14:00
  • 사혼 @크라켄 | 55레벨 | 은둔자 | 하리하란
    엉엉엉엉
    2014-09-24 14:04
  • 이르셰인 @크라켄 | 55레벨 | 저승사자 | 하리하란
    아니...강화하다 날려서 빡친 건 어제고요.
    오늘 어쩐지 일본어쪽 글이 잘 써지길래 큰 맘 먹고 큰 주제를 가지고 덤벼봤는데 장렬히 자폭했다는 정도의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다시 일본어쪽 글이나 계속 씁니다.
    2014-09-24 14:05
  • Nighthawk @크라켄 | 55레벨 | 정신 파괴자 | 누이안
    결론 완전 공감 :)
    2014-09-24 16:15
  • 샤넬로즈 @키프로사 | 52레벨 | 파괴의 현 | 누이안
    오랫동안 온라인게임을 지켜봐서 그런가 강화성격이 있는 게임쪽의 전투나 사냥을 멀리하게된것도 그때문이죠 ㅎㅎ
    나도 한때는 다른겜에서 고강장비 들고 게임속 갑부 상류층에서 놀고 그랬던 시절이 있었는데....나중에 가니깐 그겜이 인기 계속 시들어가구...결국엔 몇년뒤 사라져버림; 젊을때는 막 pvp나 레이드만으로도 재미 조았는데...나두 나이먹고 보니 다 부질없더라구요 ㅋㄷㅋㄷ 게임 없어지기전에 현금으로 장비 다 처분할걸 그랬음;;;
    2014-09-24 18:39
  • Solari @크라켄 | 52레벨 | 백기사 | 하리하란
    게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즐기냐에 따라 결국 나뉘는거 같아여.
    전 pvp보단 던전, 수다쪽이 주라서 템이 그렇게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수준이면 된다고 생각하거든여.
    그래서 렙업도 딱히;;;; 55렙 만렙이 풀린지 시간이 좀 지났지만 아직도 55를 안찍고 있죠;;;
    물론 군인이라 하기 힘든것도 있지만 나간 출타 일수라면 충분히 찍고도 남습니다. 그래도 안찍는 이유는 그거 렙올리고 템맞출 시간에 던전 어느정도 돌고 지인들하고 수다떠는게 더 좋아서 그쪽에 주력하기 때문입니다.
    사행성 게임이라도 결국 즐기는 사람이 난 별로 현질을 할 생각이 없다! 이러면 그사람한텐 사행성 게임이 아닌게 되는거져!!
    그러니까 여러분은 PvP를 하지말고 저랑같이 수다나 떨면서 친목질 하는겁니다!
    2014-09-24 20:33
  • 바퀴에이지 @키프로사 | 55레벨 | 전사 | 페레
    약관이라고 무조건 유효한 것은 아닙니다. 더불어 약관상 현금거래가 금지되어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죠. 현금거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누구나 알 법한 유명한 템귀가 과연 나타날 수 있었을까요? 약관내용에 대해 취사적으로 권리를 주장하는게 과연 합당한지 따져봐야하겠습니다. 실질적으로 환금성을 가진 게임 아이템과 골드가 약관의 내용때문에 독립적 재산으로 인정되지 못한다며 면피를 하되 정작 골드 및 아이템 거래를 빈번하게 하는 유저를 제한하지 않는다는건 실질적으로 모순이죠. 당장 몇몇 유명한 캐릭터 거래내역만 털어봐도 부당한 골드 및 아이템 거래가 수도없이 적발될 텐데 게임사는 도대체 뭘한겁니까?
    2014-09-24 22:12
  • Eden @크라켄 | 55레벨 | 첩자 | 하리하란
    하지만 그런 헤비급 하드코어 유저들에 의해 돌게되는 순환구조는 끊을수 없는 연결고리가 된다는것 또한 현실이라면, 현실이죠
    애초에, 현금거래를 막을만한, 식별할 만한 증명방법이 전무하다는게 함정이죠, 왜 거액을 대가 없이 주었나? 주고싶어서 줬다. 뭐라할 수 있을까요? ...하다못해 피시방 흡연조차, 피는순간이 아니면 적발조차 안되는데....차라리 그 현금거래 양성화시켜서 수수료를 게임사에서 받아먹던지...--이건 도대체 뭐하자는건지...아니 그럴의지가 있었다면 오토부터 강력히 쓸었겠죠?...
    2014-09-25 05:27
  • 달빛방패 @크라켄 | 54레벨 | 용병 | 하리하란 이르셰인 @크라켄
    "소유금은 신경쓰지 말자. 필자도 강화하다 날렸다" ---> 요 부분에서 강한 공감과 유대감이 !!!!!
    예전에 저도 2만골드가 20골드로 바뀌는 마법을 경험해서뤼 =_=;;;;
    근데!!!! 더 억울한건!!!! 2만골드 쏟아부으면서
    화면에 "무슨무슨 등급으로 강화 성공했다!!" 라는 메시지를 못띄움 =_=
    2014-09-25 07:35
  • 카닐란 @크라켄 | 55레벨 | 정신 파괴자 | 누이안
    ㅠㅠ
    2014-09-25 10:15
  • Sundries @크라켄 | 54레벨 | 은둔자 | 하리하란
    지금 말씀드리는 거지만.. 캐시 충전 제한은 법으로 있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2015-07-31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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