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에이지에서는 게임이 표준적으로 제시하는 컨텐츠만 충실히 이행하는 유저는 반드시

상대적 손해를 볼 수 밖에 없게 되어 있습니다.

1. 명당 찾아 묘목심어 레버리지 효과 받아 부농이 되려는 유저

2. 위의 유저들을 전문적으로 찾아다니는 서리꾼

3. 단합이 잘 되는 좋은 원정대에서 고수익 컨텐츠를 즐기는 유저

4. 1인 다수 계정으로 대규모 농사를 짓는 유저

5. 각종 비기에 가까운 버그를 잘 알고 있는 유저

현재 OBT 일주일차를 맞은 아키에서 나타난 다양한 양상의 유저들입니다.

문제는 수많은 편법에 의해 기본적인 것만 하는 유저와 그렇지 않은 유저와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게 됩니다.

그저 퀘스트 좀 하다가 공용 시설과 자기 허수아비로 소소하게 농사 짓는 수준의 컨텐츠만 이용하는

유저는 자본주의 게임인 아키에이지에서 반드시 하위계층을 이룰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소위 말해서 밑바닥 깔아주며 지내다가 겜 접는거죠.

앞으로 신규 유저들이 게임에 진입하기에도 애매한 상황입니다.

어쨌거나 농사와 집은 이 게임의 핵심 컨텐츠 중 하나인데 문제는 점점 더 쓸만한 자리가 고갈되어 간다는거죠.

그나마 아직까지는 후반부 지역과 일부 외곽지역에는 자리가 좀 있다지만

신규 유저가 이런 곳 까지 알고 찾아가 허수아비를 지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 가혹합니다.

생각해보세요.

막 10레벨이 된 유저가 퀘스트 끝에 나도 이제 허수아비로 내 땅 만들어 농사를 지을 수 있겠구나

하는 들뜬 마음에 이리저리 자리를 찾아보지만 결국 자리가 없다면..?

이게 과연 정상적일까요.

신규유저가 이 게임을 알면 얼마나 알겠습니까.

그리고 그 유저들이 자기들의 레벨에 맞지도 않은 지역으로 가 허수아비를 만들고 농사를 지어야 하는건가요.

이 자리 문제는 치명적이며 앞으로도 계속 문제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기존 유저들이라고 사정이 나은 것도 아닙니다.

아마 현재도 기본 허수아비와 호박 허수아비를 자리 문제 때문에 각기 다른 곳에 만든 유저들이 상당수일겁니다.

그런데 겨우 무역해서 집을 지으려니 집은 또 다른 곳에 지어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 따로 논다는겁니다.

이건 그냥 불편한겁니다.

이렇게 불편한 상황을 유저가 지속적으로 감내해야 하는 것일까요?

더구나 거주지역 가보면 가관도 아닙니다.

그냥 마구잡이로 지어놔서 허수아비 3~4개가 충분히 들어갈 자리를 1개가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애초에 16x16의 격자 형태로 배열해서 경계선은 넘지 못하게 하여 바둑판처럼 깔아줬으면 됐을텐데요.

기존 유저는 기존 유저대로

신규 유저는 신규 유저대로 이 자리 문제는 앞으로 계속 불거질겁니다.

누군가는 땅을 사고 판다는데, 생각해보세요.

그렇게까지 되면 농사와 집은 더이상 컨텐츠가 아닙니다.

그건 그냥 피로한 것이며 불편한거죠.

우선 아무렇게나 지어진 허수아비들에 대한 구역 재조정이나 정리가 필요하며

무엇보다 거주지역내에 허수아비와 집이 뒤섞여있는 현재 상황도 개선되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서리 얘기도 조금 해보자면

전 사실 서리 자체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서리가 존재할 수 있는 근거는 결국 허수아비에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수익을 얻으려는 유저가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런 행동이 제지되지 않는다면 그 즉시 서버의 경제는 엉망이 되버릴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견제 수단으로서의 서리는 필요한 것이고 결국 몰래 농사와 서리 현상은 물고 물리는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농사와 서리는 컨텐츠의 질적 중요도가 전혀 다름에도 현재 그 양상이 주객전도 됐다는겁니다.

아무리 필요하다 해도 서리는 보조컨텐츠에 머물러야 하는것이지 절대 주컨텐츠가 되어선 안됩니다.

OBT기간이라는걸 감안해도 현재 지나치게 많습니다.

정식서비스에서는 좀 줄겠지만 어쨌거나 더 제어되어야 합니다.

또한 농부와 서리꾼은 너무 불공평한 관계입니다.

농사와 서리라는 컨텐츠 자체는 물고 물리지만 농부와 서리꾼간에는 일방적인 관계만 있다는겁니다.

농부 역시 서리꾼에 대한 최소한의 방어, 견제 수단이 나와야 합니다.

재판과 감옥이라는 컨텐츠가 서리에 대한 대응책으로 나와있지만 이걸로는 실상 큰 제어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기본적으로 서리를 해도 안잡히면 그만이니까요. 그리고 감옥이란게 있다고 해서 서리를 할 유저가 안하는것도 아닙니다.

서리만 하려 하는 유저는 굳이 중립 지역을 갈 이유가 없으므로 사실 상 막을 방법이 없는 무법자나 다름없습니다.

또 현재 불명예라는 수치가 50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이 수치도 상당히 애매합니다.

현재 하나의 서리당 3의 수치가 누적되므로 17번의 서리만 하면 누구나 불명예 유저가 됩니다.

그런데 이 횟수는 그냥 일반 유저들도 채우기 쉽습니다.

굳이 서리를 하겠다는 생각이 없는 유저들도 어디선가 우연히 대규모의 비밀 농장을 발견하면

목재의 유혹을 참고 넘어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현재 이 게임에서 통나무(목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나칠정도로 과대하기 때문입니다.

초반 필수 컨텐츠 대부분에 목재가 정상적인 획득 수단 이상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소모되기 때문에

결국 비밀 농사, 대규모 농사 그리고 서리의 문제가 나타난 것이죠.

해결책도 딱히 없는 이 문제는 당분간 지속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많은 유저가 이 목재 소비 단계를 벗어나는 시점에서는 과열 현상이 지금보다는 다소 진정되겠지만..

유저는 계속 들어오고 나가고를 반복하고, 가진 사람은 더 많이 가지려고 하는데 쉽게 해결될지는 의문입니다.

배심원 제도도 제가 보기엔 문제인 것이 이게 그냥 사실 상 반장난 식으로 흘러가더군요.

저럴거면 배심원이 왜 필요있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냥 범죄 횟수에 기준을 정해놓고 시스템이 알아서 처벌하는 식으로 되는게 더 합리적으로 보일 정도입니다.

현재 형량이 배심원이 된 유저들이 기분에 따라 내키는데로 주는데로 정해지는 방식인데

이게 과연 제대로 된 처벌이라 할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5000분, 6000분 이런 스샷들을 종종 보는데 이것만 봐도 현재 시스템은 정상이 아니란걸 알 수 있습니다.

그나마 지금은 OBT니 웃으며 넘긴다지만 정식 서비스에서도 이런게 나온다고 해보세요. 그야말로 막장이죠.

또 재판 채팅을 보고있으면 재판을 하는게 아니라 그걸로 잡담을 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입니다. 색까지 눈에 잘 띄죠.

더구나 피고와 배심원이 동일 원정대인 경우도 종종 보이는데 이건 정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요?

피고와 배심원이 같은 원정대인 것도 문제고, 배심원끼리도 같은 원정대인 경우가 있는것도 문제입니다.

어쩌면 배심원에는 아예 원정대가 없는 일정 레벨 이상의 유저만 선택되어야 한다고도 봅니다.

원정대가 없는 일반 유저야말로 가장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전 사실 이 서리 문제에는 게임사의 잘못도 있다고 봅니다.

제 생각에 서리는 애초에 컨텐츠로 홍보할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늦긴 했지만 서리는 그저 일부 악동 유저들만의 장난 같은것으로 끝났어야 했어요.

현재처럼 아무나 서리하러 다니고, 그렇게 하는게 더 돈을 잘 번다고 알려진 현상은 결코 정상이 아닙니다.

물론 서리 자체로는 어떤 평가를 내리기가 좀 애매한 면도 있기는 합니다.

분명 제한된 환경을 벗어나 더 많은 이익을 단기간에 올리려는 유저는 분명 있을테니

서리가 이에 대한 적절한 견제 수단이어야 했던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죠.

그래서 양쪽 모두 적당한 규제가 있었어야 했는데 너무 자유를 추구한 나머지 다 풀어놔 혼돈스러운 상황입니다.

기본적으로 심는 쪽도 일단 막 심어놓고 개중 일부만 건져도 이득인 상황이니 쉽게 포기하긴 힘드니까요.

제시책은 유저들이 많이 준 것 같습니다.

심는 쪽에는 심을 때도 노동력이 소모된다던지, 심는 양에 제한을 둔다던지 하는 방법이 있고

캐가는 쪽에는 서리에는 노동력이 더 소모된다던가, 주인이 곁에 있으면 공격을 받을 수 있게한다던가 하는 식으로요.

아무튼 어떤 방법을 택하더라도 양측 모두에 적당한 제어는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미 이렇게 너질러진 상황에서 해결책이란걸 만들어 갑자기 적용하기도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사실 어쩌면 이런 일반 유저들간의 소소한 단위 분쟁은 새발의 피일 수도 있습니다.

거대 원정대가 몇천 그루의 단위로 나무를 심고 지키면서 자산을 불리는 행위 앞에선 말입니다.

이제 OBT가 일주일이 된 시점이지만 이미 이런 행위가 누적된 일부 원정대는 향후 컨텐츠가 공개될때마다

즉시 소모해버릴 수 있는 역량을 쌓아놓은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계속 방치되면 일반 유저들이 소소하게 농사고 하는 행위는

사실상 거의 의미가 없는 애들 장난이 되어버린다는 겁니다.

서버 자체의 시장 흐름이 왜곡되는거죠.

물론 다른 원정대가 견제할 수도 있겠지만 만약 힘의 차이가 난다던지

혹은 원정대 단위로 심은 나무는 서로 건들지 않는다는 불문율 같은게 생기는 섭이라면

일반 유저는 그냥 죽거나 거대 원정대로 가거나 둘 중 하나가 되겠죠.

어쨌거나 이 모든 현상이 현실같다고 좋아하는 유저가 많을지

게임인데 이렇게까지 힘들게 해야 하나 하며 접거나 신경을 끄는 유저가 많을지는 지켜봐야 할 일입니다.

초기화 얘기가 솔솔 나오는 것은 아마 이런 여러 문제들과 무관하지 않을겁니다.

현재 이 게임은 자유라는 미명하에 최소한의 질서마저 잡혀있지 않은 혼란스러운 상태입니다.

5번의 테스트를 했다는 게임에서 문제점이 너무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간 테스트를 해준 유저들이 너무 초식성이어서 게임사가 이러한 혼란을 예측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겠고

OBT라고 수많은 유저들이 몰리다보니 한정된 수로 운영했던 테스트에선 나타나지 않았던 문제였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든 저렇든

자유와 방임의 관계까지가 아니라도 이렇게 최소한의 제어도 없이 무질서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나 예를 들자면 위에서 초반에 유저들이 허수아비를 너무 아무렇게나 지었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OBT 2일차만에 허수아비 3~4개 들어갈 공간에 허수아비 1개가 들어가 잉여공간이 생긴것인데

문제는 이 한번의 현상이 앞으로 이 게임이 문닫을때까지 지속된다는 얘깁니다.

그리고 일부 허수아비들이 1인 다계정의 것이더라 하는 것도 문제죠.

그렇다고 이 문제는 어떻게 딱히 처리하기도 참 어렵습니다.

분명 비정상적이지만 요금 제대로 결제하고 세금도 꼬박꼬박 내면서 수확하겠다는데 이걸 어쩌겠습니까?

그렇다고 그냥 놔두자니 제지도 안당하는데 그럼 나도 해야지 식의 유저가 분명 생길거고.. 끝이 없죠.

아무튼 짧은 OBT 기간에 이렇게 잘못된 현상이 너무 많이 나타났는데

더 큰 문제는 이게 앞으로 고쳐지지 않고 영원히 간다는데 있습니다.

더구나 아키에이지는 기본적으로 돈이 돈을 만드는 그런 자본시장 시스템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지금 현재 노출되지 않은 다양한 편법으로 생성된 돈들은 분명 존재합니다.

요 며칠 불거진 문제는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생겨난 돈들이 선점효과로 점점 더 최상위층으로 흘러간다면

게임의 기초 경제부터가 이미 누군가에 의해 장악된채로 시작하는겁니다.

그리고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정식 서비스로 이어진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럴바엔 그냥 겜을 안하는게 맘 편하죠.

누굴 깔아주려고 겜하는것도 아니니까요.

그래서 오히려 앞으로는 구 서버보단 신규 서버들이 더 흥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누가 뭘 선점한 것도 아니고 다 알려질데로 알려진 상황에서 누구나 공평하게 시작하는거니까요.

요즘 아키에이지를 하다보면 예전에 했던 웹게임들이 생각납니다. 부족전쟁, 문명전쟁아르케 등등.

그 웹게임들은 중독성들이 참 대단했습니다.

겉으로는 별거 아닌거 같아도 게임이 "실시간"으로 흘러간다는 이유가 정말 컸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말 재밌게 했지만 어느 순간되면 내가 게임에 끌려간다는 느낌을 받게 하더라고요.

왠지 접속해서 확인하지 않으면 손해를 보는 것 같은 기분.. 의무감으로 한달까?

전 결국 그 웹게임들을 다 접었습니다. 접으니까 그렇게 편한데 할 때는 정말 놓기가 힘들었던거 같습니다.

아키에이지에도 그런 요소가 일정 부분 있습니다. 농사 같은게 대표적이죠.

지금은 농사 짓는게 분명 재밌습니다. 저도 지금 그 재미로 하고 있고요.

하지만 언젠가 농사짓는것에 회의가 드는 순간이 올겁니다.

물론 그때도 게임에 애정이 남아있다면 다른 컨텐츠를 찾아보겠지만

그 회의가 들 시기를 게임사가 스스로 일찍 앞당겨 제공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