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페리움의 장인

에페리움의 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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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작자 : 샨트 가문의 누군가

생산 정보

소모 노동력 : 25
제작대 : 인쇄기

원고 획득 정보

원대륙 유물 가구 28종 수집의 업적 중,
에페리움 유물 가구 18종을 획득 하면 업적 보상으로 얻을 수 있는 '에페리움의 장인 원고' 를 통하여
제작 할 수 있는 책으로, 샨트 가문의 도공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내용

#1

나는 원래 남 부러울 것 없는 사람이었다.
지나가던 남자로 하여금 백이면 백 전부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게 할 정도로 아름다운 여자가 바로 내 아내였다.
아내는 에페리움 에서도 소문난 미녀로 몹시 도도한 여자였는데, 예술 작품에 대한 남다른 심미안을 가지고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도자기 만드는 일에만 몰두했던 내가 아내와 결혼하게 될 수 있었던 것은, 아내의 심미안을 만족하게 해줄 만큼 뛰어난 도자기를 만들어서 선물했기 때문이다.
아내가 내 청혼을 받아 들이고 결혼식을 거행했을 때, 에페리움의 수많은 청년이 탄식을 토해냈다.

#2

할아버지는 에페리움 최고의 도공이었다.
아버지도 에페리움 최고의 도공이었다.
스물다섯 살의 나 역시도 지금 에페리움 최고의 도공으로 손꼽히고 있다.
내가 만드는 도자기는 모두 귀족들에게 비싼 값에 팔려나간다.
예쁜 아내에, 최고의 도공이라는 명예에, 커다란 재산까지…
정말 남부럽지 않은 삶이라고 생각했다.

#3

에페리움의 사람들은 새하얀 백자를 좋아했다.
새하얀 백자에 청색물감으로 그림을 그린 청화백자를 가장 좋아했다.
우리 산트 가문은 할아버지 때부터 청화백자를 만드는 도공 가문이었다.
산트 가문의 청화백자는 에페리움의 모든 청화백자를 대표하는 명품 브랜드였다. 매달 왕실에서 주문한 도자기와 귀족들이 주문한 도자기를 만든 후, 부유한 상인이나 학자에게 판매할 도자기를 만들었다.
한 달 동안 내가 만드는 청화백자의 양보다 구입하려는 사람의 양이 많은 탓에 항상 인기가 식지 않았다.

#4

해가 지면 날이 저무는 것이 자연의 섭리인 것일까?
영원할 것만 같던 우리 가문의 인기는 순식간에 식어 버렸다.
우리 산트 가문처럼 오랜 시간 도자기를 만들어온 안도 가문에서 붉은색 도자기를 만드는 진사기법을 개발 하면서 청화백자의 인기는 식어버렸다. 안도 가문에서는 진사기법을 활용해 새빨간 도자기를 만들거나, 백자에 붉은색 그림을 그려 넣은 진사백자를 만들었다. 수백년 동안 청자만 봐왔던 사람들에게 붉은색이 들어간 도자기는 새로운 세계였던 것 같다.

#5

제일 먼저 왕실에서 주문이 끊겼다.
그 뒤로 귀족들의 주문이 끊겼다.
돈이 있어도 구할 수 없다던 산트가문의 청화백자는 결국 상인과 학자들 사이에서도 외면 받게 되었다. 나는 에페리움 제일의 도공이라는 명성을 안도가문에 빼앗기고 말았다.
잃어버린 명예를 되찾기 위해 절치부심하며 새로운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 매일 가마터에 살다시피 했다.
삼 년 동안 그렇게 가마터를 떠나지 못한 채 지냈다.

#6

삼 년 만에 가마터를 나와 집에 돌아왔다.
집에 돌아온 나는 분노를 참을 수 없게 됐다.
아내의 방에 안도 가문에서 만든 진사백자가 버젓이 놓여 있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심미안이 뛰어난 아내가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를 참지 못해 진사백자를 구입한 것 같았다.
나는 아내의 방에 있는 진사백자를 모조리 마당에 던져버렸다.
와장창 깨져버린 도자기 파편을 보면서 분이 풀리질 않았다.

#7

아내의 방에서 진사도자기를 발견해 산산조각 낸 후, 나는 결국 아내와 헤어지고 말았다.
예쁜 아내를 잃어버렸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으나, 새로운 도자기 개발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 잡았다.
나는 가마터에 들어가 살면서 새로운 도자기 제작에 매진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흘렀다.

#8

20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야 나는 마침내 새로운 도자기를 개발 해냈다.
도자기는 일반적으로 낮은 온도의 불인 저화도에서 굽는 도자기와 높은 온도의 불인 고화도에서 굽는 도자기로 나뉜다.
저화도에서 굽는 도자기에는 다양한 색상을 채색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도자기가 단단하지 못해 쉽게 깨지고 만다. 반면, 고화도에서 구운 도자기는 매우 단단해서 잘 깨지지 않지만, 청색과 적색등의 몇 가지 색상밖에 채색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에페리움의 모든 도공은 가마에서 도자기를 굽는 온도에만 집중했다.

#9

나는 도자기를 굽는 불에도 종류가 있다고 생각했다.
불은 공기를 마시면서 타오른다.
공기 노출이 많은 곳에서는 불이 더 쉽게 타오르며,
공기 노출이 적은 곳에서는 불이 잘 타오르지 않는다.
새로운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하게 되면서 나는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됐다.
평소보다 가마 안에서 땔감을 훨씬 많이 집어 넣은 후, 가마의 입구를 막아서 공기를 대부분 차단한 것이었다.
공기가 부족해진 가마 안에서는 환원염이라고 하는 전혀 새로운 형태의 불길이 만들어졌다.

#10

환원염으로 구워진 도자기는 공기 노출이 많은 산화염으로 구워진 도자기보다 훨씬 깊이 있는 색상을 만들어 냈다.
기존의 백자는 백자라고 해도 완전하게 맑고 투명한 백색은 아니었다.
산화염으로는 약간의 탁기가 느껴지는 백색을 만들어 내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환원염에서는 맑고 투명한 백색이 만들어졌다.
백자 위에 채색된 푸른 색체 역시 이전보다 훨씬 더 깊이 있는 느낌이 들었다.
청색 자체는 변하지 않았지만, 바탕을 이룬 백색이 맑고 투명해졌기 때문에 그런 효과가 발생한 것이었다.

#11

환원염으로 구운 새로운 청화백자를 왕실에 진상했다.
국왕은 맑고 투명한 백자의 색상에 매료되어 다시 우리 샨트 가문의 청화백자를 주문했다.
이 소식에 세간에 알려지자 귀족과 상인 그리고 학자들의 주문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샨트 가문의 청화백자가 안도 가문의 진사백자를 누르고 다시 에페리움 제일의 도자기로 발돋움 한 것이다.
에페리움 최고의 도공이라는 명예를 되찾았지만, 가슴 한편이 공허했다.

#12

잃어버린 명예를 되찾았지만, 아내를 잃어버렸다.
그리고 언제 다시 에페리움 최고의 도공이라는 명예를 다른 도공에게 빼앗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항상 엄습해온다.
지금의 청화백자보다 더 뛰어난 백자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조바심이 멈추질 않는다. 마음 한편에서는 어느 누구보다도 감히 부정할 수 없는 최고의 명작을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 스멀스멀 올라오기도 한다.
새로운 불을 만들어서 새로운 도자기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끊임없이 머릿속에 맴돈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이 나를 부르고 있다.

관련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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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자 : 블랑 @노아르타 | 55레벨 | 검은 기사 | 페레 (2016-10-29)
우수편집자 : 블랑54 @이니스 | 계승자 36레벨 | 정령술사 | 페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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