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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 동굴의 훑어보던 이프스탄은 자신이 알아볼수 없는 문자들이
벽면을 가득채우고 있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약 600여년을 살아오면서
거의 모든 종족의 언어와 문자를 알아왔다고 자부했는데 이건 처음보는
것들뿐이었다. 고대 엘프 종족인 이프나들이 사용했던 이프니쉬와 비슷하면서도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문자들이 그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그때였다.

"아, 이곳이 바로..."

벽면에 손을 대고 벽이 뚫어지듯이 응시하던 로젠빈트가 감탄하였다.
마치 문자를 읽을 수 있듯이 말이다.

"로젠빈트양. 이 문자들을 아는가?"

이프스탄이 뒤에 설때까지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벽면을 보던
로젠빈트는 그의 말에 그제서야 깜짝 놀라며 대답했다.

"예."

"어떻게 아는거지? 그리고 무슨 문자인가?"

그러자 로젠빈트는 잠시 머뭇거리는듯 하다가 말했다.

"마, 마리아노플 대학에서 배웠어요. 고고학 수업에서요.
그리고 이 언어는 고대 종족인 나차쉬들의 언어 세르펜쉬에요."

"세르펜쉬?"

이프스탄은 그런 문자가 있다는것도 처음 들었을뿐더러 마리아노플 대학에서
가르쳤다는거에 대해서 의문점을 품었다. 자신이 30년 전 마리아노플에서
잠시 지냈을때 대학도 갔었지만 그런 강의같은게 없었을뿐더러 상위 귀족들만
다니는 대학에서 고대 종족과 관련된 것을 가르칠 일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프스탄은 그런 기색을 전혀 내비치지 않고 물었다.

"그렇군. 그래서 어떤 내용이던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여기는 나차쉬들의 신전이나 병원 같은 곳 인것 같아요.
그리고 생체실험도 했던곳이고요."

"나차쉬... 나차쉬라..."

이프스탄은 예감이 안좋아지는걸 느꼈다. 아까 트라움 성에서는
누이여신이 손짓하는것 같았다면 지금은 누이여신이 잡아당기는
느낌이었다.

"그럼 나가려면 어떻게 해야하지?"

"그건 아직 잘... 좀 더 벽을 봐야할것 같아요."

그 말을 마친 로젠빈트는 다시 벽에 붙어서는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다른 일행들도 처음에는 이프스탄과 로젠빈트의
대화에 관심을 가지는가 싶더니 곧 흥미를 잃은듯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프스탄은 어쩔수 없다는듯 자신도 곧 바닥에 앉아서 명상을 취하려고
하였다. 그때 갑자기 냐퍼즈가 다가오더니 이프스탄에게 말했다.

"뭔가 기분이 안좋아요. 위와 저기 저쪽에 무언가가 있는것 같아요."

그녀는 일행들이 들어왔던 천장과 뒤쪽의 통로를 가르켰다. 그 말에
이프스탄이 마나를 감지해보니 위쪽에서 많은 사람들의 마나가
느껴졌다. 대다수는 일반인인듯 매우 미약했지만 몇 몇 강력한
마나가 느껴졌다. 하지만 뒤쪽의 통로에서는 아무런 기운을 느끼지
못했다.

'역시 리어펠의 말대로군...'

이프스탄은 냐퍼즈를 잠시 응시하다가 일어나서 외쳤다.

"지금 빨리 이동해야하네. 위에 적이 있네."

그 말에 모두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어느쪽으로 가야할지 크라에크와
이프스탄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자 이프스탄은 앞쪽을 가르켰다.
자신은 아무것도 못느꼈지만 냐퍼즈가 뒤쪽에 무언가가 있는것 같다고
하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일행들이 앞쪽을 향해 이동하려하는데 한명만은
계속 벽에 붙어 있었다.

"로젠빈트. 어서 여기를 떠나해. 위험하단 말이야."

크라에크가 다가가서 로젠빈트에게 말하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일행들과 이동하였다. 아쉬운듯 벽을 보면서. 그렇게 일행들이
떠나고 5분 정도가 흐르자 어두운 뒤쪽 통로에서 누군가가 서서히
나타났다. 잠시 동안 통로에서 파란색과 빨간색 안광을 빛내던 그는
곧 아쉬운듯 입맛을 다시더니 다시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알수없는 위협에 일행은 통로를 가로지르며 가운데 통로로부터 이어진 수많은
방들을 보았다. 로젠빈트의 말대로 인간이 사용했던 방이 아닌듯 문이나 여러가지 시설들이
매우 큼직큼직했다. 그리고 천장에는 수많은 마나석이 박혀서 아직까지도
이 곳을 밝혀주고 있었다. 또 통로 중간중간마다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거대한
정사각형 모양의 돌덩이들이 둥실둥실 떠 있었다. 그것들은 가운데 조금씩 보이는
무엇인가를 감싸듯 정확하게 맞춰져 있었다. 처음 봤을때는 잠시 멈춰서서 이프스탄이
살펴보았으나 떠있기만 할뿐 별다른 반응도 없고, 느껴지는것이 없어서 그 다음부터는
무시하였다. 그렇게 일행들은 이리저리 갈라진 복도 속에서 본능적으로 가장 큰 길만을
택했고 결국 그 길의 끝에 있는 거대한 문과 마주쳤다. 열릴것 같지 않는 문에 일행은
어찌할바를 몰랐다. 하지만 로젠빈트는 벽에 다가가 다시 벽에 써있는 문자들을 읽기
시작했고, 이프스탄 역시 문 근처에 다가갔다. 잠시동안 문을 둘러보던 이프스탄은
곧 문의 가장 오른쪽으로 가서 섰다. 그의 앞에는 작은 구멍이 존재했다.

'과거 그위오니드 숲의 유적지와 같군.'

그 구멍을 향해 이프스탄이 마나를 주입하자 곧 그 구멍에서 부터
문 전체로 천천히 마나가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파란색 마나가
빛을 발하며 퍼져나갈수록 문에 그려진 거대한 그림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양쪽 문에 손이 여러개 달린 괴물들이 각 종족을
한 손에 들고 먹거나 죽이고 있는 끔찍한 그림이었다. 그때 갑자기 냐퍼즈가
이프스탄의 손을 잡았다.

"멈추세요! 열면 안되요!"

다급한 그녀의 말에 본능적으로 마나의 주입을 멈추려 했으나 이미 마나는
문 전체를 감싼 뒤였고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구구구구궁-

문이 완전히 열리기전에 이프스탄은 일행들을 빠르게 뒤로 물러나게 했다.
그리고 마나를 감지하기 시작했으나 역시 아까처럼 아무것도 느낄수가 없었다.
문이 모두 열리자 깜깜했던 곳에서 마나석들이 하나씩 작동하며 거대한 내부를
환하게 밝혔다.

"이, 이건!"

크라에크는 놀라서 소리쳤다. 거대한 홀같은 방 구조에 각 벽면과 가운데에
수십개의 거대한 유리관들이 있었고, 그 안에는 형형색색의 액체들과
함께 여러 종족들의 모습이 있었다. 심지어 그들이 모르는 처음보는 종족들도
존재하였다. 그 기묘한 장면을 보며 모두가 굳어있을때 로젠빈트만은
황홀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유리관에 다가가서 하나하나 살펴보기
시작했다.

"냐퍼즈. 어째서 열지 말라고 했지?"

이프스탄이 홀을 훑어보다가 건너편에 길이 이어진걸 보며 물었다.
그러자 냐퍼즈는 안색이 창백해지고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무언가. 아까 통로 뒤쪽에서 느꼈던 무언가가 가까워지고 있어요."

"무언가...?"

이프스탄이 다시 집중하여 감지를 시도했으나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크라에크에게 말해서 최대한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고 건너편으로 걸었다.
지나갈때마다 유리관에 있는 시체들을 바라보지 않으려고 그들은 정면만을
바라봤다. 그렇게 아무런 일도 없이 나가려는 찰나 일행들이 들어왔던 문이
갑작스럽게 닫히기 시작했고, 그걸 본 크라에크가 말했다.

"뛰어라!"

하지만 그때 갑자기 일행들의 앞에 무언가가 나타났다. 그건 사람이라고
할 수 없는 매우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반신은 뱀이었고, 오른쪽
팔은 세개, 왼쪽은 하나였으나 손에 거대한 노란색 보석이 박혀있었다.
또 심장은 살을 찢을듯 거대했는데 녹색으로 반짝반짝 빛이났다. 마지막으로
오른쪽 눈에는 파란색 보석이, 왼쪽 눈에는 붉은색 보석이 박혀있었다.

"이건 대체!"

알카라스가 허리춤의 도끼를 꺼내들었고 그에 맞춰 일행들은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하지만 기괴한 모습의 괴물은 그 모습을 보며 크게 웃으며 말했다.
아니, 말 하려는것 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가 내는 소리가 무슨 뜻인지
아는 일행은 한 명도 없었다. 심지어 세르펜쉬라고 말하고 알아보던
로젠빈트마저 하나도 못 알아듣는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말을 마쳤는데도
일행이 미동조차 안하자 괴물은 잠시 고민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나차쉬들의 언어를 못 알아듣는군. 이프니쉬라면 알아듣겠지?"

갑자기 유창하게 이프니쉬를 구사하는 괴물을 보며 이프스탄과 피레는 경악하였다.
이프스탄이 놀란 표정을 짓자 괴물이 그를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다행이군. 이것마저 못 알아들었으면 곤란했는데 말야."

"대체 니녀석의 정체는 뭐냐."

말이 통하더라도 이프스탄은 지팡이를 계속하여 괴물에게 겨눈채 물었다.

"흠, 나는 이 나차쉬가르의 마지막 관리자다. 치스라고 불러라.
정말 오랫만의 손님이로군."

나차쉬가르. 치스.
두개의 단어를 곱씹던 이프스탄이 말했다.

"이곳은 어떤 곳이고, 니녀석이 나타난 이유는 뭐냐?"

"나차쉬가르. 나차쉬들의 영생을 위한 연구소이자 신전. 그리고 내가 나타난 이유는
오랫만에 살아있는 생명체의 반응을 느껴서지."

알아 들을수 없는 그들의 대화에 피레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긴장감에
목이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아무리 보아도 이프스탄의 표정이 나아지는
기미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프스탄은
다시 물었다.

"우리를 그냥 보내줄 수 있나?"

이프스탄의 질문에 치스는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 너희는 프로듄님의 치료제가 될 것이다. 혹은 내 먹이가 되거나."

그의 대답이 끝나자마자 이프스탄의 지팡이에서 엄청난 전격이 나와 치스를 향해서
쏟아졌다.

"연쇄 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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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차쉬 언어도 이프나 - 이프니쉬처럼 멋있게 바꾸고 싶었지만 얘네는 쉬로 끝나서

그냥 생각하기를 그만두고 대충 때웠습니다.

아무튼 대충 이제 2-3편 후면 끝날것 같네요. 다음주에 완결을 낼 수 있도록 화이팅...



편마다 말하지만 제가 아키에이지 세계관과 설정을 잘 모르기에 설정 파괴작 입니다.

글재주도 없고, 그냥 떠오르는데로 막 적어서 많이 부족하지만 재밌게 봐주셨으면 합니다.

굽신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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