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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초승달 왕좌 - 솔즈리드의 동쪽 끝, 위대한 왕의 땅(6)


다음 날 아침. 나는 일찍 말을 타고 여관을 나섰다. 한밤 중 이니스 섬에서 불어오는 강풍에 궂은 날씨를 예감했으나 막상 해가 뜨니 구름 한 점 없는 뜨거운 날씨였다. 뜨거운 날씨만큼이나 걷는 내내 골목마다 걸려있는 빨랫감과 조잡한 그릇으로 만든 화분 등이 창가에 등장하여 시선을 끌고 있었는데, 아련하게 풍겨오는 생선 비린내와 함께 풍겨오는 정체 모를 냄새를 애써 무시할 수 있었기에 나름 만족스러운 출발이었다.

“배는 처음이십니까?”
“네. 처음입니다.”

내가 향한 곳은 초승달 왕좌 아래에 있는 부두였다. 과거 수많은 선박들이 드나들었을 법한 부두였겠지만 지금은 한적하게만 보였다. 이곳에서 나는 이즈나로 향하는 거대한 범선에 탑승했다. 거대한 돛과 수많은 함포들로 무장한 범선은 그 모습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이었으나 그것보다 더 위협적인 건 이 배에 탑승한 사람들이었다.

“뭘 그렇게 두리번거리는 거야? 바다에 빠져 죽고 싶어!”

소위 바닷사람이랄까? 어린 심부름꾼부터 늙은 갑판원까지 거친 말투와 행동을 보여주었는데, 그 험악한 모습에 반쯤 농담이라는 걸 알면서도 함께 웃어줄 수가 없었다.

이즈나에 도착한 시각은 깜깜한 새벽이었다. 예정된 도착 시간은 전날 점심쯤이었으나 길 잃은 바다를 지나는 도중 갑작스런 폭풍우를 만나 잠시 지체한 덕분이었다.

“제 안내는 여기까지군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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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 내내 솔즈리드 출신답지 않은 모습으로 일관하던 한 선원과 인사를 나누고, 항구를 둘러보았다.

다른 이들이 잠든 시각. 시위가 밝지 않은 이른 새벽임에도 이곳만큼은 밝은 대낮과도 같았다. 구릿빛 피부를 자랑하는 선원들 수십 명이 웃통을 벗어던진 채 제 몸통만한 짐들을 나르고 있었고, 그런 선원들 사이로 한 무리의 아이들이 어디론가 재빠르게 달려 나간다. 항구 한 편에는 어부로 보이는 몇몇의 사람들이 그물을 손질하고 있었고, 또 다른 한 편에서도 일련의 사람들이 모여 밤새 잡은 생선들을 손질하거나 판매하고 있었다.

배가 드나드는 시설과 작은 시장. 어부와 항구에서 일하는 소수의 일꾼. 크고 작은 몇몇의 선박만 존재하던 초승달 왕좌와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는 이즈나 항구는 나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더불어 이런 거대한 항구가 이즈나의 작은 일부분이라는 점에 또 한 번 충격을 받았다.

“음~! 통과.”

벌써 몇 번째일까? 이곳의 병사들은 왠지 모를 정도의 날카로움과 함께 외지인에 대한 경계가 심한 것 같았다. 함선에 내리면서 항구의 시장까지 가기까지. 수 미터는 가는 동안 수많은 경비병들의 시선과 제재를 받은 것이다. 이건 초승달 왕좌의 병사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 Funny @델피나드 | 50레벨 | 비전 무사 | 하리하란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
    2013-06-28 12:25
  • 알토 @델피나드 | 50레벨 | 예언가 | 엘프
    문학같은건 잘 모르지만 글 되게 이쁘게 잘 쓰시는듯헿
    잘 읽었어요~
    2013-06-30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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