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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시여! 어서 피할 준비를…….”
“여기까지 왔던가?”

시끄러운 소음이 건물 곳곳에 울려 퍼진다. 화려한 금빛과 강렬한 붉은 빛이 어우러진 망토가 유난히도 무겁게 느껴졌다.

“선조들을 볼 면목이 없어지는 군.”

비참한 기분에 고개를 돌리자 검은 하늘빛 사이로 붉은 화광이 파도처럼 넘실대고 있었다. 수많은 건물과 성벽이 불타오르는 모습을 보니 흡사 해질녁 노을을 보는 것 같다는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 너무나도 비참했고, 또한 아름다웠다.

“왕이시여!”

전투는 패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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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왕관의 이즈나 성.

패퇴한 하리하란이 동대륙으로 건너가기 전. 그들의 수도로 자리 잡으며 번성했던 성이지만 지금은 누이안 문명의 축을 담당하는 거대한 왕성으로 그 이름을 알리고 있는 곳이다. 한편으로 마리아노플이 누이안 문명의 세련됨을 보여준다면 이곳 이즈나의 모습은 화려함과 퇴폐. 그리고 빈곤이 공존하는 곳이기도 하다.

“흠~! 그래. 자네가 왔단 말이지?”

솔즈리드 반도에서 이곳 이즈나까지 온 이유는 한 남자의 부탁 때문이다. 자신을 초승달 왕좌의 서기라 소개한 그 남자는 엘렌 공주와 고바논 장군이 내려준 임무에 대해 이야기 하더니 대뜸 서찰을 하나 건네주며 짧은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내일 새벽에 이즈나로 향하는 선단이 출발한다네 실로 오랜만의 출항이라 볼 수 있지. 차후 두 왕관과의 교류를 위해서라도 중요하다고 볼 수 있을거야.”

그게 나와 무슨 관련이 있기에? 어리둥절한 이야기였으나 딱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다 이야기를 하자며 야식까지 챙겨주었기에 잠자코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리고 그 대가로 또 한 번 이상한 지령을 받게 되었다.

“이 서찰을 마르켈투스 장군에게 건네주게. 지난 달 장군에게 언급한 일이 있으니 자네가 가더라도 딱히 어려움은 없을게야. 아! 혹시 이즈나에 가본 적은 있나?”

나는 고개를 저었으나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내 어깨를 두들기며 다시 한 번 자신의 말을 전했다. 워낙 빠른 말이었고, 분위기를 잡고 있었던 터라 내가 끼어들 틈 같은 건 없었다. 일면식도 없는 나에게 이런 일이라니…, 사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새벽에 나와 보니 정말 선단이 준비되었고, 배에 올라타고 항해를 하며 이즈나에 도착하는 그 순간까지 나를 의심하거나 추궁하는 사람도 없었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

“이 서찰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지금 내가 밟고 있는 이 지점이 두 왕관에 있는 이즈나 왕성이고, 머리를 바라보며 근엄하게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마르켈투스 장군이라는 점이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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