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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에이지의 시스템중, 스스로 농사를 지어 마을에 내다 팔 수 있다는 컨텐츠가 있는 것을 보고 그게 제일 맘에 들었어요

어차피 사냥이나 퀘스트, 이런건 다른 게임에서도 많이 해봤으니 아키에이지에서는 한번 농사에 올인해보자고 마음을 먹었죠

오픈 2일째부터 시작한 저는 퀘스트로 돈을 모아 온갖 나무들을 다 심어봤어요

그리고 제일 비싼 묘목인 열매나무는 돈이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죠!!

아직 모든 정보가 부족한 아키에이지에서 벌써 요리에 관심을 두는 사람은 없었어요

그래서 묘목들의 가격과 필요한 노동력, 주는 통나무의 갯수나 부가 아이템 획득.. 이런 것을 노트에 적어놓고 보니

노동력만 많으면 코르크참나무가, 노동력이 적으면 은사시나무나 버드나무가 좋다는 걸 일찍 알아낸 뒤

서리를 당하지 않을 만한 장소를 물색했어요

오픈 3일째, 아직 전문적인 서리꾼들도 제 장소를 발견하진 못했어요

각종 열매나무와 통나무용 나무가 총 150그루 정도 자라고 있었고 내가 만들어낸 숲이 너무나 뿌듯해서

실험용으로 비교적 가격이 싼 닭과 다른 농작물도 재배를 시작했어요

그 당시 통나무가 100개에 6금정도였는데, 오픈 4일째 들어가니 갑자기 가격이 폭등하기 시작했죠

나무심은 사람은 없고, 자연산 나무들은 부족하니.. 부랴부랴 나무를 심어봤자 시간은 안가고..

통나무 100개의 가격이 10금까지 올라갔고, 경매장엔 좀 더 비싸게 팔아먹으려는 사람들이 가격을 올려댔어요

이윽고 오픈 5일째 통나무 가격이 20금까지 올랐고, 간간히 통나무를 경매장에 판 뒤

그 돈으로 손도 대지 못했던 금단위의 가격을 자랑했던 젖소, 염소등 가축들을 키워나갔어요..


하지만


위기는 찾아왔죠

통나무의 가격폭등으로 인해 서리꾼이 증가했고, 서리당한 농부들도 분노를 표출하기 위해 서리꾼이 되었어요.

루키우스에서는 나무도둑이라는 서리전문 원정대도 결성되고, 전설로 남은 5800분형을 받은 서리꾼도 있었죠

접속해보니 서리꾼 한명이 제 열매나무들을이나 미쳐 자라지 못한 묘목들도 베어버렸어요..

그나마 너무 많은 나무들이 있어서 노동력이 부족했던지 반밖에 못베어놨더군요..

그는 저한테 친구들을 불러오겠다고 했어요

아키에이지에서 첫 절망을 맛본 날이죠

그때부터 보금자리를 잃은 농부들은 서리꾼과의 전쟁에 돌입했어요


**어떻하면 들키지않을까, 여기는 혹시 괜찮지 않을까?**


더욱 높은 산, 더욱 깊은 계곡, 남들은 오지 않을 것만 같은 절벽 뒤, 지도의 끝


농부들은 점점 더 머리를 싸매고 자리를 물색했지만, 자신이 갈 수 있는 곳은 다른 유저들도 올 수 있다는 말이 되죠

이번 사태는 더욱 많은 서리꾼을 만들어냈어요..

서리당한 농부들이 서리꾼으로 변모하는 악순환의 시작..

농부들은 더욱 힘들어졌지만 그럼에도 귀농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았죠


저는 부계정을 만들어 물색해놓은 장소에 묘목을 심고 원래 캐릭터는 다른 멀리 떨어진 곳에 다시 심는 식으로

분산 투자를 했어요 그랬더니 운이 좋으면 둘 다 수확할 수 있고, 반만 수확하거나, 운이 없었을 땐 모조리 서리당했지요

그나마 버틸 수 있던게 통나무의 가격이 비쌌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어렵게 얻은 통나무를 팔면 묘목을 살 돈이 생겼어요




가끔 묘목서리를 안하고 기다리는 서리꾼이 있는데, 그들은 정말 교활하고 악랄했죠

그들은 저에게 무언가 댓가를 원했어요

자신이 위치를 발설하거나, 이 나무들을 건들지 않을테니 가지고 있는 돈을 내놓아라던가...

서리꾼 앞에서 농부들은 언제나 약자였어요

그들의 심기를 건들지 않기 위해 저자세로 그들을 대하고 그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충족하려 노력해야만 했죠

돈을 쥐어주었는데도 서리를 해가는 사람들..

마치 초딩이 연상되는 말투로 농부들을 농락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

우리 농부들에게 그들은 악마나 다름없었어요



연합세력 채팅으로는 서리당한 농부들이 한을 담아 외치는 말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재판에 끌려간 사람이 만약 서리를 했다면 모든 이들이 사형! 최고형!을 외쳐댔죠

오픈 7일째부터 서리꾼에 대한 악감정이 절정에 달했어요

우리는 그들을 저주했고 그들은 우리를 유린했어요

양과 늑대의 관계처럼 우리를 무시했고 자신들이 정의라는 식으로 말을 했죠


베타테스터가 아닌 저는 그저 농사에 대한 흥미가 있는 유저였는데

어느 날 신기루섬에서 초가지붕 농장을 발견했어요

24x24의 크기를 가진 농장.. 비록 가운데에 초가집이 있긴 하지만 필시 오픈베타 아키에이지 최고의 농장이었죠

하지만 재료의 압박은 엄청났어요

통나무 1500개, 철광석 1500개, 암석 3000개. 그리고 그것들을 가공해야하는 노동력 약 6000.

커뮤니티를 중요시했던 저는 스쳐지나갔던 인연들에게 연락을 하며 그들의 노동력을 빌렸어요

지속적으로 통나무를 판매하여 암석과 철광석을 조달하고 점점 재료를 모아 오픈 9일째에 초가지붕농장을 지었죠

RPG에 이런식으로 몰두한 적은 처음이었어요

연합세력 채팅창에 아침부터 밤까지 암석과 철광석을 조금이라도 싸게 파는 사람들을 구하고 그것들을 사들였어요

장사는 정말 지루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것에 대한 재능도 없다고 생각하던 저인데

뚜렷한 목표가 보이니 그 행동이 시간낭비라고 생각되지 않았어요

우여곡절 끝에 완성한 초가지붕 농장은 정말 감격스러웠죠

절벽 끝에 잘 보이지 않는 장소에 목화를 심어놓고 그것들을 수확해서

옥시언상단에서 특산품으로 만들어 마하데비에 팔아 별을 2개씩 꼬박꼬박 모았어요

정말 인내와의 싸움이었죠..

원래는 별을 무지개벌판에 1개씩 받고 팔았는데, 조금 더 멀리가볼까하고 탑의도시에 갔더니 2개!

2개라고 해도 20번을 넘는 횟수...




은사시나무 30그루와 목화들을 심었더니 이젠 정말 제대로된 농부가 된 듯한 느낌이었죠

허수아비 텃밭, 호박머리 텃밭, 초가지붕 농장.

이 3가지를 한곳에 지어두니 엄청났어요

가끔 지나가는 사람들이 감탄을 하면 괜히 우쭐해지기도 했고, 드디어 서리꾼들에게서 해방이 된 것 같았죠

하지만 고비는 지금부터였어요

통나무의 가격이 폭락했죠.

다른 서버에서는 통나무버그니 노동력버그니 하며 안좋은 소문이 퍼졌고, 통나무의 가격은 반토막이 났어요

왠지 이젠 통나무를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통나무의 비싼 가격을 보고 너도나도 나무만 심으니 가격의 하락을 당연했던 결과긴 하지만요...

요리에 쓰이는 가축이나 열매는 손을 떼고, 특산품을 만드는 작물을 수확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무역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죠

델피나드의 별은 금보다 귀한가치를 가졌어요

그것이 상인들의 목표이자 돈벌이의 수단이 되어줄거라 생각하고 지루했던 별모으기를 다시 시작했어요

시간이 꽤 걸리는 작업이라 농장에 심어놓고 무역을 2-3번 다녀온 뒤 수확하고 심고를 반복했어요

또 다시 인내의 시간..

꾸역꾸역 돈을 모으고 별을 모으고 재료를 모으며 성실과 귀찮음의 싸움이 벌어졌어요

포기하고싶었고 그만두고 싶었지만 여기까지 해온 노력이 너무나 아까웠어요..

통나무로 간간히 자금을 충당하고 별을 다시 50개 모았어요

여러개의 짐을 한번에 나르는 무역선이 정말. 정말로 눈부셨죠

초가지붕을 지어본 저로써는 무역선의 재료가 별로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목화를 두 타임에 걸쳐 2400개를 뽑아내 지인들에게 옷감으로 바꿔달라고 하고,

통나무를 야금야금 모아 반만 팔고 반은 모으며 목재를 충당하고 철재를 충당했어요

원정대에게 10%정도에 달하는 재료도 조달받아 무역선을 건조하는 날, 첫 무역을 바로 시작했어요

짐 12개를 서대륙에 개당 6금에 팔았죠. 72금.. 제 농부 생활중 가장 큰 수확을 올린 날이었어요

본격적으로 귀농이 성공했던 날이에요

여러분, 귀농은 별 달리 있는게 아니에요!

노력한 만큼 댓가도 따라오는 법이죠..

아키에이지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게임이에요

여러 사람과 친해지고, 사냥을 전문으로 해서 노동력 쓸곳이 없는 지인들에게 부탁도 하고 하면서

재료를 얹어주고 그들의 노동력에 대한 댓가를 챙겨주며 공존해나가야하는 세상이에요

농사는 절대 혼자서는 할 수 없었어요

먼저 여러 사람들을 내 사람으로 만드는 것. 그것이 첫걸음이에요

귀농, 부농을 꿈꾸는 여러분!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성실한 마인드만 있다면 누구든지 성공할 수 있다고 믿어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__)

댓글 20
  • Hotspot @루키우스 | 27레벨 | 흑마술사 | 누이안
    와 정말 공감가는 말이네여
    저도 무역선 만들기 코앞이지만 초가지붕농장만큼은.... 너무 힘들던데
    2013-01-16 09:07
  • 무겸 @페란 | 22레벨 | 길잡이 | 페레
    욕보셧음..
    2013-01-16 20:58
  • 귀령 @나이마 | 39레벨 | 포식자 | 페레
    ㅋㅋㅋㅋ 재미있는 글이다!!
    2013-01-17 11:56
  • 루피어스 @진 | 16레벨 | 자객 | 하리하란
    이야 글솜씨가 좋으세요 길었지만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2013-01-17 12:30
  • 다텨라 @올로 | 31레벨 | 포식자 | 누이안
    세금 내고 나무 키우세요...
    2013-01-17 12:53
  • Altair @카페르나움 | 12레벨 | 장막의 지배자 | 하리하란
    귀농은 진심, 현실 농사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인내는 필요한듯...
    과정은 쓰나 그 열매는 달다..
    2013-01-17 13:04
  • 달우 @에안나 | 42레벨 | 그림자 검 | 페레
    재미있게 잘 쓰셨네요!!
    2013-01-17 13:30
  • 씹선비관람불가 @아란제비아 | 25레벨 | 마법사 | 엘프
    전 서리가 두려워..일단..작은 허수아비만..
    2013-01-17 14:10
  • 카즈 @델피나드 | 12레벨 | 그림자 유랑가 | 하리하란
    우와.. 저는 아직 퀘 못 하고 질질 끌어서 허수아비도 장만 못하고 괜히 숨겨둔 병아리 20마리와 병아리한테 먹이려고 기다리던 25개의 보리만 도둑맞음..
    2013-01-17 14:38
  • 오딘 @루키우스 | 43레벨 | 그림자 유랑가 | 페레
    이분을 내가 언제죽인걸까 대체
    2013-01-17 14:51
  • 김삐약 @오키드나 | 15레벨 | 장송곡 연주자 | 페레
    왜케찡하니ㅠㅠ
    2013-01-17 15:09
  • 하이 @오키드나 | 41레벨 | 원소술사 | 누이안
    너무 재미있게 잘읽었습니다.

    지금 초가농장을 짓고있는데  참으로 벅차네요

    입고있던 판금갑옷과 무기를 팔고 ... 그돈으로 나무 한개 철주괴한개 사면서...

    저도 귀농생활이 PvP나 PvE보다 더 재미있다는걸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2013-01-17 15:12
  • 달빛조각가 @키프로사 | 38레벨 | 포식자 | 하리하란
    일기같은형식으로 재밌네요

    1섭 이시라면 저희 원정대로 모시고 싶었을텐데
    저도 전투도 하면서 초가집 짓고 농사도 하고 있는데

    나름 먼가 가꾸는 맛이 있는거같아요
    2013-01-17 15:23
  • 느아느아 @테레나 | 28레벨 | 포식자 | 누이안
    어우 ㅋㅋㅋㅋㅋ 엄청난 노력이 돋보이네요 리리치요 사마!
    2013-01-17 17:11
  • 순미 @히라마칸드 | 30레벨 | 백기사 | 페레
    참 재미있게 읽었네요... 역시 노력한 자만이 성공할수 있는것 같네요
    2013-01-17 17:31
  • Avatar @멜리사라 | 40레벨 | 길잡이 | 페레
    고생하셧네요 ㅎㅎ... 글 읽는데 지루함이 없었습니다 잘 읽엇어요 ^^
    2013-01-17 17:31
  • 칸다군 @루키우스 | 33레벨 | 첩자 | 하리하란
    요약하면, 아키는 친구가 중요하다는거군요!
    2013-01-17 19:10
  • 파마산치즈 @루키우스 | 41레벨 | 검은 악사 | 페레
    원정대에서 왔습니다~
    2013-01-17 19:20
  • 소주맛키위 @에안나 | 0레벨 | 격투의 초심자 | 누이안
    채광오토좀 지워줘요...
    2013-01-19 14:58
  • Nero @루키우스 | 50레벨 | 첩자 | 하리하란
    menjouhare 친추
    2013-03-3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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