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에버나이트 Gene Evernight | 12명의 영웅들

2014-02-12 09:02 | 조회 19320







진 에버나이트 Gene Evernight
 

에페리움의 기적, 그림자 매의 오른쪽 검, 현세의 왕.
 


진의 본명은 폴리티모스였다. 진짜 이름을 알기까지 9년이나 걸렸지만. 그는 본명을 찾은 후로도 여전히 진이라는 이름을 선호했다. 그 이름은 단순하고 가볍고 친숙했다.

또한 진이 진실로 그리워하는 세월을 담고 있었다.

 

진은 에페리움에서 태어났으나 여덟 살까지는 그 이름을 한 번도 못 들어보았다. 어머니가 의도적으로 말해주지 않았던 것이다. 에페리움으로 돌아오고도 진은 어린 시절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뒷골목을 잊지 못했다.

그러나 거리로 나가는 것은 금지되어 있었다. 진도 감히 나가려 하지 않았다. 적어도 3년간은 그랬다.

 

열네 살이 된 어느 날, 족쇄에 묶인 신세를 참다 못한 진은 충동적으로 담을 넘어 밤거리로 나갔다. 비록 그가 자란 거리는 아니었지만 온갖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야시장을 걷자 묘하게 기분이 좋아졌다. 길도 모르면서 정처 없이 걷다보니 어느새 시장의 끝까지 왔다.

 

에페리움은 더운 땅이어서 해가 진 후에도 카페나 시장이 활기찼지만 자정 무렵이 되면 다들 서둘러 문을 닫고 집으로 돌아갔다. 자정 이후는 밤의 족속들의 시간이었다.

도둑, 강도, 폭력단, 금지된 교단, 아편장수, 인신매매 상인, 유곽, 그리고 돈이라면 무슨 주술이든 걸어주는 주술사들과 누구든 죽여주는 암살자들이 바로 그들이었다.

 

에페리움에 돌아온 후 줄곧 갇혀 지내다시피 한 진은 그런 사실을 몰랐다. 시장이 끝나는 곳에는 선술집이 하나 있었는데 옛날 진을 귀여워하던 술집 주인의 가게와 비슷해 보였다.

실은 그리 많이 비슷하지는 않았지만 진은 대담하게 안으로 들어갔다. 약간의 반항하고픈 충동도 작용하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안에서는 우락부락한 사내들 서넛이 모여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다른 손님은 없었다. 잘 차려입은 도련님 같은 진을 본 사내 하나가 기가 막힌 표정을 짓더니 말했다.

 

“썩 나가.

 

진은 사내의 말을 무시하고 한쪽 테이블에 앉더니 커피를 주문했다. 주인은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커피를 가져다주었다. 진이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데 또 다른 사내가 그를 불렀다.

 

“아가, 왜 그러느냐? 엄마가 당밀과자를 감춰두고 주지 않더냐?

 

진이 대꾸했다. “당밀과자도 안 줄뿐더러 저랑 같이 자주지도 않더군요.

 

사내가 다시 말했다. “그거 슬프군. 우리 엄마는 빗자루를 휘두르며 너 따위는 영영 집 문턱을 넘을 생각도 말라고 소리쳤지.

 

진이 다시 대꾸했다. “우리 엄마는 모두 널 위한 거라고 말하면서 제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일만 골라서 하는 분이시죠.

 

사내는 후리후리한 장신에 온 몸이 근육질이었고 드러낸 어깨와 팔에는 무수한 흉터가 있었다. 날렵한 몸만 보면 삼십대 같은데 얼굴은 예순 살은 먹은 사람처럼 주름투성이였다. 젊었을 때는 잘생겼다는 소리를 들었을 법했지만 지금은 웃을 때만 부드러운 인상이 되었다.

마침 사내는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이 세상 엄마들은 아들들을 괴롭히기 위해서 살지. 안 그러냐?

 

사내는 술을 한 잔 따라 진에게 건네주었다. 진은 사양 않고 마셨다. 일생 처음 마시는 술이었고 독했지만 잘 참아냈다.

그러자 다른 사내가 그들이 먹던 말린 대추야자를 던졌다. 비스듬히 날아가는 것을 낚아채어 한 입 깨물자 처음의 사내가 어깨를 으쓱했다.

 

“꼬마, 너 손 좀 쓰는구나.

 

사내의 이름은 베카라고 했다. 그는 검투사였다. 에페리움 왕도 시민들이 가장 즐기는 유흥거리였지만 진은 한 번도 검투장에 가본 일이 없었다.

그날 술을 좀 더 마신 베카와 동료들은 집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진을 검투사 숙소로 데리고 갔다. 그들도 술에 취했기에 그랬을 테지만 한 잔 이상 마시지 않은 진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휘장으로만 나눠진 방들은 어디든 땀과 술 냄새가 코를 찔렀고 사방에서 옷을 적게 걸친 여자들이 튀어나왔다가 깔깔 웃으며 사라졌다.

베카는 진을 자기 방으로 데려가 침대에서 자게 해 주었다.

 

한참을 뒤척이다가 잠들었던 진은 새벽녘에 낯선 소리를 듣고 깨었다. 눈만 가늘게 뜨고 보니 어느새 일어난 베카가 방 한구석에 앉아 칼을 갈고 있었다. 그 태도가 마치 제단에 경배를 드리는 사람처럼 진지했다.

 

베카는 두 자루의 칼을 공들여 갈더니 비어 있던 옆방으로 갔다. 진은 긴장해서, 실은 조금 겁을 먹고 휘장 너머를 뚫어져라 보았다.

베카의 그림자가 공격 자세를 취했다. 그러더니 칼을 휘둘렀다. 찔렀다. 베었다. 물러났고, 돌아섰고, 기습했다. 상대는 허공이었다.

 

진은 숨도 못 쉬고 그 모두를 보았다. 최고의 선생에게 교육받고 있었지만 생전 처음 보는 빠르기와 절도 있는 움직임에 완전히 압도되었다. 베카의 몸놀림은 현란하지 않았다. 꼭 필요한 동작뿐이었고, 동작과 동작을 연결할 때도 약간의 낭비조차 없었다.

 

마침내 멈췄을 때 진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밖에 없었다. 베카가 방으로 돌아오자 진은 벌떡 일어나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베카가 씩 웃었다. “잠 설쳤냐? 괜히 따라왔다 싶지?

 

진은 고개를 숙였다. 스승에게 취하던 자세였다. “가르쳐주세요.

 

예상대로 베카는 쉽게 설득되지 않았다. 진은 하루 종일 베카를 따라다녔다. 검투장까지 갔다. 처음으로 검투 광경도 보았다. 온갖 사나운 검투사들이 있었지만 베카는 그들 중 누구보다도 강했다.

그런데 베카는 그 점을 불만스러워했다. 마침 젊은 검투사 하나가 베카에게 도전해서 모든 관중이 흥분하며 그 경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베카는 싱겁게 이겼다. 무릎을 꿇은 상대를 죽일 가치도 없다는 것처럼 가슴팍을 차 넘어뜨리며 소리쳤다.

 

“나 따위를 이길 자가 없단 말이냐!

 

모두가 오만한 외침이라고만 생각했지만 진의 생각은 달랐다. 어쩌면 저건 말 그대로의 뜻일지 몰랐다. 베카는 스스로가 보잘것없다고 생각하는데 더 나은 실력자를 만나지 못해 답답해하고 있었다.

 

화가 난 베카는 대기실로 돌아와 진을 보더니 다짜고짜 따귀를 후려쳤다. “아직도 안 가고 여기서 뭘 해!

 

바닥에 처박혔던 진은 일어섰다. 입가가 찢어지고 머리가 어찔어찔했지만 하려던 말은 잊지 않았다. 차근차근 하려던 말이었지만 얻어맞은 분노 때문에 저도 모르게 외치고 말았다. “제가 당신을 이길 겁니다!

 

베카의 표정이 기묘해졌다. “뭐야?

 

진은 입가의 피를 손등으로 닦아내며 베카를 노려봤다. “당신이 가르쳐주기만 한다면!

 

침묵이 길었다. 이윽고 베카가 이를 드러내며 웃더니 말했다. “내게 거짓말을 한 놈을 내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지 않나?

 

베카는 갑자기 테이블 위의 단지를 걷어찼다. 바닥에 떨어지기 직전, 베카의 검이 단지를 꿰뚫으며 바닥에 꽂혔다. 바스러진 단지에서 술이 뿜어져 나왔다. 베카와 진의 눈이 마주쳤다.

 

진이 말했다. “거짓말을 한 적이 없으니 저하고는 관계없군요.

 

그러자 베카가 바닥을 가리키며 말했다. “맹약의 술이다. 마셔라.

 

진은 망설임 없이 엎드리더니 더러운 바닥을 흐르는 술에 입술을 축였다. 베카가 다가와 진의 목덜미를 붙잡아 일으키더니 세 번 껴안았다.

 

진은 베카의 제자가 되었다. 사흘에 한 번, 밤중에 찾아오는 조건이었다. 때로는 감시가 엄중해서 빠져나오지 못하기도 했지만 진은 약속을 거의 지켰다. 그리고 지키지 못할 때는 두 배로 연습해 왔다.

그런 나날은 4년이나 이어졌다. 4년간의 밤 외출이 발각되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열여덟 살이 된 진은 예전처럼 남의 명령을 들어야 하는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미행이 붙기도 했지만 따돌리는 진의 실력이 더 뛰어났다.

 

수업은 순조로웠다. 진은 베카가 검뿐 아니라 어떤 무기든 완벽히 다루는 것에 놀랐고, 베카는 진이 그 모두를 빨아들이는 속도에 놀랐다.

 

그러는 동안 베카의 이력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베카는 북부에서 태어났다고 했다. 젊은 시절은 세계의 수도라고 불리는 위대한 도시, 델피나드에서 보냈다.

스물여덟 살에서 마흔 살까지 그는 델피나드에서 가장 악명 높은 존재였다. 그는 암살자였다. 몇 백 명을 죽였다고 했다. 어마어마한 돈을 만졌지만 모조리 써버렸다. 검 두 자루만으로 그날의 빵을 벌지 못하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작정이라고 했다.

 

베카는 아직도 그럴 수 있었다. 그러나 전성기의 실력은 사라졌다. 오른손 때문이었다. 정확히는 오른손 새끼손가락이 날아갔기 때문이었다.

그는 본래 오른손잡이였으나 그 후로 왼손을 수련하기 시작했다. 왼쪽 검으로도 에페리움에서 가장 강했지만 신출귀몰하던 오른손에는 미치지 못했다. 베카의 경쟁자는 다름 아닌 자신의 전성기였다.

‘오른쪽 검’이었을 때 그는 델피나드의 일인자였다. 전 대륙의 실력자들이 모여드는 델피나드였으니 어쩌면 전 대륙에서 가장 강했을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손가락을 잃은 후 베카는 델피나드를 떠났다. 그간 쌓은 명성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너무도 깨끗이 사라져 델피나드에서는 아직도 그의 행방이며 생사여부를 모른다고 했다.

베카는 그의 본명이 아니었다. 그는 진에게도 본명을 말해주지 않았다. 진도 자신의 본명을 말하지 않았다.

 

검투장에 소문이 돌았다. 남부에서 최고라는 검투사 ‘붉은 칼’이 온다고 했다. 왕도가 술렁거렸다. 모두가 베카와의 대결을 기대하고 있었다. 베카는 웃었다. 그자가 정말로 강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진만이 베카의 내심을 알고 있었다. 베카는 이미 예순 셋이었다. 엄격하게 가다듬어 왔건만 몸은 점차 쇠해가고 있었다. 무엇보다 눈이 침침하다고 했다. 이대로라면 몇 년 뒤 베카는 보잘것없는 자에게 져서 죽을지도 몰랐다. 그런 치욕을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죽으려면 진짜로 강한 자에게 죽어야지.’ 베카가 입버릇처럼 뇌까리던 말이었다.

 

붉은 칼과의 대결을 앞둔 전날 밤, 베카는 진을 불렀다. 그리고 자신의 최후를 보아달라고 했다. 관중석 맨 앞줄에서, 누구보다도 정확히 보아달라고 했다. 그런 후 델피나드에 가서 한 사람에게 전해달라고 했다. 사는 곳과 이름까지 말해주었다.

진은 그곳에 가면 베카의 진짜 이름을 알게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베카는 일부러 이런 말을 하는지도 몰랐다. 4년간 베카는 진을 아들처럼 여기게 되었다. 동료들에게 감추던 델피나드에서의 과거까지 말해주었지만 아직도 본명과 출신은 숨겼다.

 

베카가 죽고 나면 그의 과거를 전할 사람은 진밖에 남지 않을 것이다. 아니, 베카의 존재를 증명할 사람이 진뿐이었다. 델피나드를 떨게 했던 베카의 재주는 바람결처럼 사라졌다. 그 일부라도 물려받은 자로서 진은 베카와의 약속을 지킬 의무가 있었다.

 

이야기를 마친 베카는 내가 정말로 진다면 말이지만, 하고 말하며 웃었다. 진은 웃을 수 없었다.

 

검투장이 꽉 찼다. 오랜만의 큰 경기였다. 흥분한 관중들이 꾸역꾸역 밀고 들어오는 가운데 진은 베카와 약속한 자리에 앉아 있었다.

표정은 딱딱했지만 마음속에서는 혼란이 소용돌이쳤다. 정말로 바라보는 것만이 최선일까? 베카가 이 자리에서 죽더라도?

 

크고 작은 경기가 모두 끝나고 드디어 마지막 경기, 베카와 붉은 칼의 대결이 시작되었다. 베카의 실력은 조금도 녹슬지 않은 듯했다. 붉은 칼도 강하긴 했지만 잠깐 사이에 세 군데나 상처를 입었다. 이대로라면 베카의 승리였다.

진은 마음을 놓았다. 괜한 걱정을 했다 싶었다. 진이야말로 베카의 실력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었다. 그 동안 진도 빼어나게 성장했지만 베카를 이기려면 멀었다.

베카가 약해졌다고 끊임없이 뇌까리지만 그건 자신의 전성기와 비교하기 때문일 뿐이었다. 아직까지 그는 무시무시하게 강했다.

 

그때 베카가 잠시 비틀거렸다. 진은 깜짝 놀랐다. 그럴 리가 없는데. 베카는 방향을 돌리려 했지만 붉은 칼이 틈을 주지 않고 공격해 왔다. 잠시 후 다시 한 번 베카가 고개를 돌렸다. 그러다가 한쪽 팔에 상처를 입었다.

진은 뒤를 돌아보았다. 누군가가 관중석에서 거울을 갖고 장난질을 하고 있었다. 아니, 장난이 아니었다. 비열한 승부조작이었다.

그는 당장 뛰어올라가려 했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 쉽지 않았다. 그가 기를 쓰고 올라가는 사이 베카는 다시 상처를 입었다. 언뜻 보인 상대는 겁먹은 얼굴의 소녀였다. 소녀는 진을 보았는지 사람들 틈으로 사라져버렸다.

 

진은 숨을 몰아쉬며 베카를 내려다봤다. 그 사이 승부는 완전히 반대로 기울어졌다. 눈이 나빠진 후로 베카는 햇빛의 잔상을 잘 참지 못했다. 두려운 상상이 뇌리로 파고들었다. 이대로 베카가 진다면?

 

그럴 수 없었다. 그래서는 안 되었다. 베카가 어떤 승부를 기대해 왔는데, 어떤 최후를 원했는데, 저따위 장난질로 지다니!

 

소녀를 찾는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경기를 멈춰야 했다. 진은 사람들을 헤치고 나아갔다. 귀족들의 특석은 까마득히 멀어보였다. 실은 멀지 않았지만 무한한 시간이 걸리는 듯했다.

마침내 특석을 지키는 경비병 앞에 선 진은 안쪽에 앉은 대신을 향해 외쳤다.

 

“난 폴리티모스 왕자다! 명령이니 당장 경기를 멈춰라!

 

특석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진은 왕자다운 차림새가 아니었기에 입에서 입으로 상황이 전해져 왕자의 얼굴을 잘 아는 사람이 불려왔다. 그러는 사이 시간은 시시각각 흘러갔다.

왕의 조언자, 시중 안탈론이 나타나 진에게 허리를 굽혀 보이자 특석의 모든 귀족이 일어나 허리를 굽혔다. 안탈론이 물었다.

 

“왕자님, 어떤 연유로 경기를 멈추고자 하시나이까?

 

진은 고개를 흔들며 발을 굴렀다. “설명할 시간이 없으니 당장 멈춰요!

 

안탈론이 명령을 내리자 노란 깃발이 올라갔다. 무효를 알리는 깃발이었다. 그러나 싸우고 있던 두 검투사는 즉시 그 깃발을 보지 못했다. 경기를 멈춰야 할 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모두 손에 땀을 쥐고 승부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반사광을 받은 베카는 잠시 시력을 잃고 잘못된 방향을 노렸다. 그 순간 붉은 칼이 베카의 목 아래를 찔렀다. 진의 입에서 자신이 찔린 양 신음이 흘러나왔다.

 

베카는 당장 쓰러지지 않고 서 있었다. 승리를 느낀 붉은 칼은 몇 걸음 물러나 칼을 겨누었다. 베카는 오른손으로 흉갑을 묶은 어깨끈을 풀었다. 피가 분수처럼 솟아나고 있었지만 선 채로 견뎌냈다. 이윽고 흉갑이 바닥에 떨어졌다.

베카는 진이 앉아 있던 쪽을 향해 등을 돌렸다. 베카의 등에 처음 보는 문신이 보였다. 목 아래, 견갑골 위였다. 두 장의 날개가 펼쳐져 있었다. 머리는 사나운 새였다.

 

이윽고 베카는 진을 돌아보려 했다. 진은 그가 보는 자리에 자신이 없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약속했는데. 그곳까지 달려가기에는 늦었다. 그리고 귀족들이 보고 있었다.

단 수 초의 망설임 후 진은 외쳤다. “저 여기 있어요!

그리고 베카는 쓰러졌다.

 

진은 내려갔다. 이제는 모든 관중이 진, 아니 폴리티모스 왕자를 위해 비켜섰다. 경기장에 뛰어내려 시체를 향해 달려가면서 진은 생각했다. 마지막 순간에 베카는 진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진을 보지도 못했다고. 그래서 진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죽어갔다고.

 

그러나 진은 약속을 지킬 것이었다. 베카가 부탁한 것을 델피나드에 전하고, 언젠가 베카를 능가하는 존재가 될 것이었다. 그럼으로써 한때 이 세상에 베카라는 뛰어난 사내가 살았음을 증명하고야 말 것이었다.

 

그러자 눈물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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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6
  • 코토리 @히라마칸드 | 55레벨 | 첩자 | 엘프
    오타있습니다. 안달론이 물었다. "왕자님, 어떤 연유로 경기를 멈추고자 하시나이가?"
    2014-02-12 10:12
  • 마리안 @키프로사 | 0레벨 | 야성의 초심자 | 엘프
    어머 오타가 있었군요! 제보 감사합니다.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
    2014-02-12 11:18
  • 켄터키후라이드 @키프로사 | 52레벨 | 흑마술사 | 엘프
    가운데 진은 베카와 약속한 자리에 않아 있었따. 라고...
    2014-02-12 13:26
  • 뚜비뚜비 @루키우스 | 51레벨 | 감시원 | 하리하란
    관중석 맨 앞줄에서, 누구보다도 정확히 보아달라고 했다. 관중석 맨 앞줄에서,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보아달라고 했다.
    똑같은 글을 두번 치셨습니다, 시인.
    2014-02-12 15:14
  • 루어매니아 @메어 | 51레벨 | 길잡이 | 페레
    저게 가낙스인가
    2014-02-12 21:27
  • 은무결 @루키우스 | 53레벨 | 마법사 | 엘프
    군데군데 오타가..하지만 좋네요
    2014-02-14 20:54
  • 귀해키키 @루키우스 | 51레벨 | 사제 | 하리하란
    이거 오타 맞죠??.ㅎㅎ
    마침내 특석을 지키는 경비벼 앞에 선 진은 안쪽에 앉은 대신을 향해 외쳤다. "난 폴리티모스 왕자다! 명령이니 당장 경기를 멈춰라!" 경비벼=경비병
    2014-02-15 00:08
  • Kathus @히라마칸드 | 52레벨 | 자객 | 누이안
    돌라섰고, 기습했다. 상대는 허공이었다. << 이 부분 원래 돌아섰고 가 되야 하지 않나 싶네요 오타 수정좀
    2014-02-15 01:04
  • Kathus @히라마칸드 | 52레벨 | 자객 | 누이안
    그는 본내 오른손잡이였으나 그 후로 왼손을 수련하기 시작했다. 이 부분도 본내를 본래로 고쳐야 하는거 아닌가요 ㅠㅠ
    2014-02-15 01:06
  • 골든위크 @진 | 50레벨 | 밤 노래꾼 | 하리하란
    오타라니....;;; 하지만 재미난다는
    2014-02-16 21:19
  • 러브엘 @멜리사라 | 6레벨 | 사랑의 초심자 | 엘프
    재밌다.. ㅠ.ㅠ 베카 안타깝네여. 거울 비춘 소녀는 찾아내는건가? 소설책에는 뒷 이야기들이 나오나요?
    2014-02-25 16:31
  • Siritas @에안나 | 36레벨 | 첩자 | 하리하란
    ㅎㅎ 일러스트가 소설읽고 생각한것과는 좀 다르네여 ㅎㅎ
    2014-02-26 17:35
  • 클레어카르맨 @멜리사라 | 7레벨 | 격투의 초심자 | 엘프
    아.. 이건 리플을 안남길 수 가 없네.. 탁월한 글쟁이의 글이다..
    2014-03-05 05:23
  • 킨샤 @진 | 54레벨 | 사제 | 엘프
    사스가 갓민희
    2014-03-07 21:16
  • 얌얌얌 @키프로사 | 24레벨 | 전사 | 하리하란
    허 진짜 재밌게 읽었어요 베카의 죽음 슬프네요... ㅠ,ㅜ
    그래도 진이 있어서 다행인 것같아요 ㅜㅜ
    2014-11-18 19:06
  • 스카디 @누이 | 계승자 35레벨 | 그림자 춤꾼 | 드워프
    베카... 진 에버나이트...
    2020-07-31 18: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