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안탈론 서버 솔즈리드반도의 초승달왕좌 왼편에 있는 거주지역에 살고 있습니다.
거주지 상인들 바로 앞이라 너무 편해요 :D
그런데 지난 5월 경이었나... 제 집 앞 자투리 땅에 제작대가 하나 들어섰습니다.

(사진 왼쪽)제 나팔꽃 집과 문제의 제작대.

제작대의 주인은 '미하' 라는 여캐유저였는데, 보관함 두개를 놓아두고 별로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간간히 나타나도 바로 앞의 창고와 우편함 앞에 서 있을 뿐이었죠.
미하는 레벨이 낮고 초보자 옷을 입은 유저였습니다.
말을 걸어도 대답이 없었고, 그저 묵묵히 우편함 앞에 서 있다가 접속을 종료하곤 했죠.

처음에 코빼기도 안 보이던 그녀는 어느날부터인가 우편함 앞에서 잠수를 타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할 일 없이 집 앞에서 점프하던 저는 그녀를 섬으로 가는 포탈에 태워 보냈습니다.
그리고 던전을 돌고 왔는데... 다시 우편함 앞에 돌아와 있는 게 아니겠어요?
그 후로도 몇 번인가 심심할 때마다 자리비움인 그녀를 구르미에 태워서 이곳 저곳에 옮겨 놓았고,
그 때마다 다시 우편함 앞으로 돌아와 있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9월 초 어느 날, 구르미로 옮기는데 미하의 자리비움이 풀렸습니다.
그녀는 그대로 다시 우편함 앞으로 달려가더군요.
말을 걸었지만 여전히 대답도, 자기 캐릭을 마음대로 옮긴 데 대한 항의도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누군가의 창고계정 캐릭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쯤 되니 수상해졌죠.
몇 번을 옮겨도 말없이 그 우편함 앞으로 가니까요.
심지어 우편함 앞으로 달려가는 길을 자동차나 구르미로 막아도 항의없이 열심히 우편함으로 달려가더군요.

9월 8일. 또 다른 유저가 나타났습니다.
낚시하다 돌아왔더니 처음 보는 사람이 제 집 문을 달구지로 막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디저트' 라는 이름의 이 유저는 알고보니 제작대 주인 미하의 가족이었습니다.
홈페이지에서 검색을 해 보니까 만렙캐릭터이지만 장비는 별거 없고, 숙련도는 손재주만 18만!
이 유저 역시 말없이 집 문을 막고 있기만 했습니다.
1:1문의로 불량이용자 신고를 하고 다음날이 되어서야 제제가 되었는지 사라졌지요.

그리고... 미하를 옮기자 또 나타났습니다.

급조해서 야타가 이상하게 그려졌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갑시다...

이때부터 계속 집 문을 막고 있는 그와의 이상한 동거(?)가 시작되었습니다.ㅋㅋ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고, 또 나타나고...
제 집은 저희 원정대 사람들이 자주 포탈을 이용해서 상당히 불편했어요.
나팔꽃 집의 장점은 창문이 겁나 많다는 겁니다! 모든 창문을 열어젖히고 출입구 대신 사용하거나 달구지를 넘어서 출입을 했지요.

그리고 추석 연휴 하루 전 날...
이번엔 달구지로 다시 문을 막으려는 걸 포착해서, 원정대원과 함께 디저트가 문을 막지 못하도록 저지했죠.

달구지 옆에 공간 있어요! 이동은 가능하게 한 주차실력 대단하다!

하지만 도와준 유저가 자러 가면서 다시 디저트의 달구지에게 막히게 되었습니다...
이쯤 되니까 얘가 없으면 허전해졌어요. 이 상황을 즐기기 시작했죠.

달구지 위에 물건 올릴 수 있는 거 아시죠? 인형으로 꾸며주고 새로 그린 원정대 로고로 장식해봤습니다.

그렇게 연휴가 끝나고 다시 문의를 보낸 후, 미하와 디저트는 사라졌습니다.
불량이용자로 정지가 된 걸까요? 미하의 제작대도 세금체납으로 사라졌지요.
약 2주 간 이 사건과 관련해서 1:1문의가 많이 갔을텐데 처리해주신 운영자님 감사합니다.
처음에는 짜증났지만 재미있는 추억이 되었습니다.

이상, 심심해서 점프하다가 수상한 이웃을 건드려봤더니 작업장이었던 이야기 끝입니다.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