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에이지 전투 시스템의 가장 큰 묘미는 특성 3가지를 조합하여 나오는 120여가지의 직업이라고 했었죠.
그리고 각 특성들끼리 연쇄효과를 이용하여 유저가 만들어내는 콤보는 다른 게임에선 찾아볼 수 없었던 신선한 시스템입니다만,

사실 120여가지의 직업을 만들순 있지만 유저들 사이에서 각광받는 클래스는 정해져 있습니다.
엑셀에서도 그걸 인지하고 있기에 이번 스킬 대격변 패치를 감행하는 것이겠죠.

그러나,

무려 4년을 넘게 서비스 해온 게임입니다.
그동안 많은 유저들이 저마다 선호하는 특성이 있고, 그걸 바탕으로 클래스를 플레이하고 있었건만
한순간에 바뀌어도 너무 많이 바뀐다는 생각입니다.

사실 모든 유저들이 느끼고 있을 부분입니다만,
지금 이렇게 한꺼번에 변화를 준다고 해서 지금과 같이 선호되는 특정 직업들이 없어질까요?
저는 아니라고 보는데요.
벌써부터 유저들 사이에선 필수로 가져가야될 특성, 이젠 버려야 될 특성들이 거론되는 마당에
120여가지의 직업을 저마다 골고루 플레이 하는 상황이 올거라고 생각되지 않네요.
또다시 패치 후 각광받는 몇가지 직업만이 운용될 게 불보듯뻔하네요.

그렇다면 지금 이 패치는 왜 하는 걸까요?
의미없는 삽질이나 다름없겠죠. 괜히 파놓은 구덩이에 엄한사람만 다칠 수 있는 패치라고 봅니다.
현재 아키에이지에 신규유저가 얼마나 유입될까요?
그 신규유저들은 그나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기존유저들이 사라진다면 아키에이지에 남아있을까요?
이번 패치로 인해 환멸을 느끼고 떠나갈 기존유저들이 얼마나 될지 가늠이 되시나요?

사실 밸런스 패치라는 것이 이렇게 한꺼번에 손바닥 뒤집듯 해서 될 일이 아니죠.
가장 유저들에게 많이 선택이 되고 사용이 되는 일부 스킬들,
그리고 그 스킬들의 밸런스를 면밀히 검토해서 부분적으로만 조정을 해도 그 여파는 엄청납니다.

무려 4년입니다.
4년동안 조금씩 조금씩 손을 데며 밸런스를 맞춰오다가
갑자기 여기저기 스킬들을 뿌려버리고 대다수의 스킬들을 조정하려 드는 이유는 뭡니까?
FGT는 저도 신청을 했습니다만, 결코 이번 패치가 반가워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너무나 걱정이 앞서 신청을 했습니다.

마치 4년간 탑을 쌓으며 조금씩 보수하다가
기초공사부터 다시하려고 탑을 허물어버리는 듯한 느낌입니다.
유저들이 4년간 돈내가면서 이 게임 테스트 해준 꼴이라고 까지 느껴질 정도네요.

이런데 힘을 쏟고 개발인력을 낭비하실 거라면 차라리
120여가지 직업 저마다 고유스킬을 1가지씩이라도 개발하는 편이
유저들로 하여금 더 다양한 직업을 연구하게 하는 방법일텐데요...
있는 스킬 갈아엎고 여기 저기 뒤섞어 놓고,
메커니즘 변경하고, 그로인해 생겨날 여파들을 고민할 시간이라면
스킬 120여개 만드는 거나 별반 차이도 없을 뿐더러
유저들로 하여금 정말 새로운 컨텐츠가 추가되는 느낌을 주는 방향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각 직업의 고유스킬 개발은 예전부터 언급해왔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이 또한 담당 프로듀서가 바뀌면서 어느센가 쏙 들어가버렸네요.

열심히 뭐라도 바꿔보려는 그 의도는 충분히 응원합니다만
제발 그나마 적응하고 남아있는 유저들마저 떠나가게 하지 말아주세요.
지금도 사람없어 망겜소리 듣는 아키에이지 입니다.
게임이 점점 산으로 가고 이전에 개발했던 시스템들이 전혀 의미없게 퇴색되는걸 보면서 한숨부터 나옵니다.